한국의 현대시 감상

216. 가 을

높은바위 2005. 9. 29. 06:14

 

216. 가 을


                      김  현  승(金顯承)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깍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寶石)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첫시집 「김현승 시초」(1957)---



1.시작(詩作) 배경

  이 작품은 봄과 가을이 주는 서로 다른 정서, 즉 봄의 화사하고, 화려하고, 뜨겁고, 순간적인 이미지와 가을의 차갑고, 과묵하고, 사려 깊은 이미지를 대비시켜 삶의 자세를 드러내고 있다. 또 시인 자신의 내면 세계를 생명의 깊은 곳에 닿고자 하는 자세가 드러나 있다.


2.시상의 전개

 *제1연:봄의 정서(←땅)        

 *제2연:가을의 정서(←하늘)

 *제3,4,5연:봄과 가을의 정서 대비

     (봄-화려․맹목․화사,  가을-사색․묵묵함․명징)


3.주제:가을이 주는 깊이 있고 그윽한 느낌        


4.제재:가을


5. 시어의 상징 의미

 *제3연-생명을 만드는 화려하고 격정적인 봄과 달리 가을은 사색을 통하여 삶의 진리를 깨닫게 해준다. (*보석-충실의 이미지)

 *노래를 고르더니-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게 하더니

 *언어의 뼈마디-삶의 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