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黃土에 내리는 비
이 가 림
동풍이 목놓아 소리치는 날
빈 창자를 쓰리게 하는 소주를 마시며
호남선에 매달려 간다 차창 밖 바라보면
달려와 마중하는 누우런 안개
호롱불의 얼굴들은 왜 떠오르지 않는가
언제나 버려져 있는 고향땅
단 한번 무쇠낫이 빛났을 때에도
모든 목숨들은 諺文으로 울었을 뿐이다
논두렁 밭두렁에
장삼이사의 아우성처럼 내리는 비
캄캄한 들녘 어디선가
녹두장군의 발짝 소리 들려온다
하늘에 直訴하듯 치거든
말없이 젖어 있는 풀들의 머리
1974. 한국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