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가 이미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된 일이죠?
우스갯소리로 당구에 한 번 빠지면 천장만 바라봐도 당구대가 생각난다는 분들 많이 계시죠.
이처럼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사랑받고 있는 당구, 그런데 당구장에 한 번이라도 가보신 분들이라면 당구 용어가 일본말 일색이란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선 우리가 당구장에 들어가서 비교적 쉽게 들을 수 있는 일본어가 '픽사리'입니다.
'픽사리'는 큐라고 불리는 당구봉을 잘못 조절해서 헛치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요.
'픽사리'의 원래 일본말은 '사가리'라고 합니다.
이 '사가리'의 뜻은 점수를 잃어서 점수가 내려가는 것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가리'의 첫음절을 '픽'소리가 난다고 해서 '픽사리'라고 하지요.
'픽사리'가 아니라 '사가리'가 진짜 일본어고요.
지난 1997년에 발간된 국어순화용 자료집을 보면 '사가리(픽사리)'는 '헛치기'로 고쳐쓸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헛치다', '헛쳤다'로 바꿔 쓰면 훨씬 더 부드럽게 들리겠지요?
당구장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예는 바로 '히로'라는 단어입니다.
'히로'는 당구봉으로 친, 흰 공이 빨간 공이 아니라 또 다른 흰 공을 잘못 맞추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요.
'히로'는 일본어 '시로'에서 온 말입니다.
'시로'는 '색이 흰 것' 즉 당구에서 흰 공을 가리키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흰 공'보다는 '흰 공을 맞추는 것'을 '히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시로'를 '히로'로 불리고 있는 것은 역 구개음화 현상으로 보고 있는데요.
'역 구개음화 현상'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구개음화의 반대현상을 가리키는 거죠?
우리 방언 중 '형님'을 '성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일종의 구개음화라고 하는데, 반대로 '시로'를 '히로'로 불리고 있는 것은 역 구개음화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시로', '히로'를 좋은 우리말로 바꿔본다면 뭐가 좋을까요?
네, '히로'를 우리말로는 '흰 공 맞기'로 고쳐쓸 수 있겠습니다.
'사가리', '픽사리'는 '헛치기', 그리고 '히로'는 '흰 공 맞기'로 표기하거나 불러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