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라에게 바치는 시
맑고 신선한 달콤한 물이
흐르는 냇물가에
유일하게 나에게 여자라고 보이는
그녀는 아름다운 그녀의
몸을 쉬고 있으니
그녀가 즐겁게 거기
아름다운 나무에 기대는 모습,
또는 잔디와 꽃밭이
그녀의 치마와 황홀한 앞가슴에
의하여 가볍게 덮이기도 하는 모습을
나는 슬픈 추억으로 기억하노라.
아름다운 사랑의 두 눈이
나의 가슴이 문을 열어 준
성스럽고 조용한 그곳.
자 들어 주세요, 나의
슬픔에 가득 찬 연가를.
하늘이 도우셔서
만일 내가 이 사랑으로 인하여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주여 불쌍한 나의 육체를
이곳에 묻히게 하시고
육체의 옷을 벗은 내 혼은
그의 갈 곳, 하늘로 데려가 주소서.
죽음의 관문을 지날 때
내 이 마지막 희망을 지닌다면
죽음의 두려움은 나에게서
멀리 떠나리라.
나의 가련한 육체가
휴식할 수 있고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이곳 이외의 곳에 갇히게 된다면,
내 지친 혼도 그 육체를
떠나 버리기 어려운 것이니.
*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 : 1304-1374)는 토스카나주 아레초 출생으로 아버지 페트라코로는 피렌체의 서기였으나, 귀족옹호파인 흑당(黑黨)으로부터 추방당했으므로 페트라르카는 망명지에서 태어났다.
1311년 피사로 이사하였으며, 그 후 아비뇽으로 갔다.
몽펠리에 및 볼로냐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후 아비뇽으로 돌아가 교황청에서 직업을 얻었다.
여기서 시인으로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은 연애 경험이었다.
1327년 성키아라 교회에서 라우라(Laura : ?-1348)라는 여성을 만나 연애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평생 그녀의 모습을 노래하였다.
또한 교황청의 방대한 장서를 탐독함으로써 교양을 쌓았다.
30세를 넘길 무렵 그에게 예술적 성숙기가 찾아와 1337년 라틴어 서사시 <아프리카(Africa)>의 집필을 시작했으나, 같은 해 로마의 여행에서 자극받은 고대에 대한 애착이 성숙해졌다.
현실 사회에 대한 혐오에서 이상으로 하는 고대의 연구였다.
여기서 이 시인의 인문주의의 밑뿌리를 발견할 수 있다.
G.보카치오도 그의 제자 중의 한 사람이며, 이후 두 사람의 우정은 이탈리아 문학사에서 기본적인 것을 형성하였다.
1341년 로마에서 계관시인(桂冠詩人)의 영예를 안았다.
이듬해 프로방스에서 그의 사생아가 태어나 주교(主敎)였던 그의 동생 게랄도의 개입으로 그에게 정신적 위기가 찾아왔다.
이때에 성아우구스티누스와 대화형식으로 자기의 고민을 고백한 라틴어 작품 <나의 비밀(De secreto conflictu curarum mearum)>(1342-1343)을 집필하였다.
1347년 로마에서 일어난 콜라 디 리엔치(Cola di Rienzi)의 반귀족정치의 혁명을 지지하였으나 그 혁명은 좌절하고 말았다.
이듬해 파르마 체재 중 라우라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지상(地上)의 것은 덧없음을 호소하는 새로운 사건이었다.
만년에 그는 아르쿠아에 은퇴하여 단테의 <신곡(神曲)>을 모방한 이탈리아어 작품 <승리>를 집필하고 그곳에서 죽었다.
당시 속어였던 이탈리아어 작품을 경시했던 그를 불멸의 시인으로 만든 것은, 1342년경부터 집필한 이탈리아어로 된 서정시 <칸초니에레(Canzoniere)>이다.
그의 <칸초니에레>와 <속어단편시집>에 실린 라우라에 대한 애정시는 14세기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시다.
지상의 것에 집착한다는 것은 신에 대한 전면적 헌신과 양립하지 않는다는 그의 고민에 찬 의문이 발생한다.
그의 경우 지상의 것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생전과 사후의 라우라로 가득 채워진 이 서정시집은 인간적인 것, 성스러운 것의 투쟁의 증거로서 남게 되었다.
그런데 그의 미녀 찬양과 쪼아 다듬은 시풍은 소네트의 한 극치로서, 후년 ‘페트라르카 시풍(petrarchismo)’이란 이름으로 서유럽 각국의 시인의 규범으로 숭앙되기에 이르렀다.
그의 작품이 보이는 미묘한 감수성과 문체의 우아성에 덧붙여서 다소 염세적이라고 할 우울한 그림자는 분명히 그가 단테에 비교하여 한층 근대적 감각의 소유자였다는 것을 보여주며, 후세에 단테의 추종자가 거의 없었던 것과는 달리 그의 추종자가 많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두산백과 참조)
Mondo grosso - Cenar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