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그외 나라

페루:세사르 바예호(César Abraham Vallejo Mendoza)

높은바위 2023. 7. 23. 06:11

 

같은 이야기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내가 살아있고, 내가 나쁘다는 걸
모두들 압니다. 그렇지만
그 시작이나 끝을 모르지요
어쨌든,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나의 형이상학적
공기 속에는 빈 공간이 있습니다
아무도 이 공기를 마셔서는 안 됩니다
불꽃으로 말했던
침묵이 갇힌 곳.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형제여, 들어보세요. 잘 들어봐요.
좋습니다. 1월을 두고
12월만 가져가면
안 됩니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다니까요.
 
모두들 압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내가 먹고 있음을…… 그러나,
캄캄한 관에서 나오는 無味한
나의 시 속에서
사막의 불가사의인 스핑크스를 휘감는
해묵은 바람이
왜 우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모두들 아는 데… 그러나 빛이
폐병환자라는 건 모릅니다
어둠이 통통하다는 것도…
신비의 세계가 그들의 종착점이라는 것도……
그 신비의 세계는 구성지게
노래하는 곱사등이이고, 정오가 죽음의 경계선을
지나가는 길 멀리서도 알려준다는 것을 모릅니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아주 아픈

 

 * * * * * * * * * * * * * *

 

* 세사르 아브라함 바예호 멘도사(César Abraham Vallejo Mendoza, 1892년 3월 16일 ~ 1938년 4월 15일(향년 46세) 프랑스 파리에서 사망)는 페루의 시인이다.

그는 1892년 페루 북부 라리베르타르주의 광산촌 산티아고 데 추코에서 태어났다.

인디오와 메스티소 사이에서 태어난 바예호는 남아메리카 원주민의 애환을 뼛속 깊이 지닌 채 성장했다.

10대 중반부터 일찍이 집을 떠나 공부한 그는 리마에 있는 산마르코스주 국립대학교를 졸업한 뒤, 교사 생활로 겨우겨우 버티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바예호에게 부정적으로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가 교사 생활을 하던 중 방학 때 고향에 갔다가, 방화범이라는 누명을 씌게 되어 도주했지만, 결국 체포되어 감옥 생활을 하게 된 일이 있었다.

주변 문인들의 탄원으로 석방된 그는 조국을 등지고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바예호는 파리에서 가난한 생활을 보내며 시인으로 활동했다.

또한 그는 반파시스트 운동에 가담하는 등 본격적인 사회 참여를 했는데, 소련을 세 차례 방문하고 공산주의 신문에 글을 기고한 것이 문제가 되어 1930년 추방을 당했다.

쫓겨난 그는 스페인으로 본거지를 옮겼고, 그곳에서 스페인 공산당에 가입하는 등 자신의 사회 참여 행보를 이어 갔다.

그는 맹목적인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레닌, 스탈린 등에게는 비판적이었다고 한다.



2년 뒤인 1932년, 바예호는 다시 파리로 돌아와 정식으로 영주권을 얻었고, 스페인 내전으로 스페인을 방문한 것을 제외한 평생을 파리에서 지냈다.

총 4권의 짧은 시집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방가르드 현대시의 거장으로, 라틴아메리카 아방가르드 문학의 대표 시인이자 페루의 국민적인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자신의 가난하고 불운한 삶에 영향을 받아 전체적으로 작품 분위기가 암울한 편이다.

그러나 단순히 고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자신만의 신조어를 만들고, 철자와 구문을 의도적으로 바꾸며, 일상적으로 쓰이는 단어들을 시에 쓰는 등 초현실주의적인 미학을 가지고 있다.

 

<시집 목록>

  • 검은 전령(Los heraldos negros) (1919년)
  • 트릴세(Trilce) (1922년)
  • 스페인이여! 나에게서 이 잔을 거두어다오(España, Aparta de Mí Este Cáliz) (1937년)
  • 인간의 노래(Poemas Humanos) (1939년)

 

* 과거 페루 1만잉티 지폐의 인물이었고, 체 게바라가 사랑한 시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시인의 출신 지역이기도 한 페루의 북부 도시 '트루히요'에 그의 이름을 딴 '세사르 바예호 대학교'가 있다.
페루에서는 나름대로 명문의 대학교이다.
 
페루의 최상위 축구 리그인 '프리메라 디비시온'의 축구팀 중 시인의 이름을 딴 'CD 우니베르시다드 세사르 바예호'라는 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