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미국

티즈데일

높은바위 2015. 5. 22. 09:35

 

 

      5월 바람

 

열린 문을 굳게 닫아 버리듯

나는 내 가슴의 문을 닫았다.

사랑이 그 안에서 굶주리어

나를 더 성가시게 굴지 못하게.

 

이윽고 저 지붕 너머에서

5월의 따사로운 바람 불어오고,

거리에서 연주하는 피아노소리

난간으로 한 곡조 불리어 왔다.

 

내 방은 해 비쳐 밝고 밝은데

사랑은 내 안에서 소리 지른다.

"나는 아직 튼튼해, 놓아 주지 않으면

그대의 가슴을 쳐부수고 말 테야"

 

 

 

* 사라 티즈데일(Sera Teasdale)은 1884년 8월 8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9살이 되어서야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생을 수면제 복용으로 끝마치기까지 내내 그녀의 육체는 고통에 시달렸다.

그녀의 나이 29세가 되던 1913년, 사라 티즈데일은 시인 바클 린제이(Vachel Lindsay)와 사랑에 빠져 매일같이 연애편지를 주고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 티즈데일은 1914년 부유한 사업가였던 에른스트 필싱어(Ernst Filsinger)와 결혼했다.

이후 바클 린제이와 사라 티즈데일은 평생 친구로 지냈다.

 

1918년 사라 티즈데일은 퓰리처상을 비롯해 세 개의 문학상을 거머쥐었고, 같은 해 미국 시인협회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시 속에는 자신의 일상에 녹아든 애수와 표현할 수 없는 열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사라 티즈데일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못했고, 결국 1929년 이혼하고 만다.

1933년 1월 29일 사라 티즈데일은 고독에 못이겨 수면제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의 친구 바클 린제이가 자살하고 2년 뒤의 일이었다.

그녀는 사후 고향인 세인트 루이스의 벨라폰테인 무덤에 묻혔다.

 

가슴속에 꽁꽁 묻어두고 끝끝내 건네지 못했던 한 마디를 듣지 않고, 바클은 야속하게도 먼저 목숨을 끊어버렸다.

사라 티즈데일의 가슴으로 불어왔던 5월의 바람은 결국 그녀의 가슴속에서 터져버렸다.

"사랑한다"는 한 마디는 지금도 바람처럼 떠돈다.

흐르는 곡은 La Brise De Mai(5월의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