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영국

찰스 램(Charles Lamb)

높은바위 2023. 11. 24. 07:37

 

그리운 얼굴들

 

내 어린 시절, 즐거운 학창 시절에
내겐 소꿉친구 마음친구 다 있었지.
이제 다 가버리고 없어라,

그리운 그 얼굴들.
  
난 함께 웃어대고 떠들어댔었지.
마음 벗들과 밤늦도록 술을 마시며.
이제 다 가버리고 없어라,

그리운 그 얼굴들.
  
아리따운 여인과 한때 사랑도 했었어.
그녀의 문이 닫혀버려 더는 만날 수 없다네.
이제 다 가버리고 없어라,

그리운 그 얼굴들.
  
나의 벗 하나, 그보다 더 다정한 벗 있었을까.
난 배신자처럼 그 친구를 훌쩍 떠나고 말았네.
떠난 뒤로 그리운 얼굴들

곰곰이 생각하였지만.
  
난 유령처럼 어릴 적 놀던 곳을 맴돌았지.
세상은 내가 건너야 할 사막만 같았네.
그리운 얼굴들 찾기 위해

건너야  할 
  
내 진정한 벗, 형제보다 더한 벗이여.
왜 자넨 내 가족으로 태어나지 않았을까?
그럼 우리 함께 옛 친구들 얘기

할 수 있을 것을.
  
누가 어떻게 죽었고, 누가 어떻게 날 떠났고,
누가 딴 이에게 갔는지를. 모두들 떠나버렸네.
이제 다 가버리고 없어라,

그리운 그 얼굴들.

 

* * * * * * * * * * * * * * *

 

* 찰스 램(Charles Lamb, 1775년 2월 10일 ~ 1834년 12월 27일)은 영국의 수필가며 시인이다. 

런던에서 출생한 그는 정신병 발작으로 어머니를 죽인 누나인 메리 램의 보호자로서 일생을 독신으로 보냈다. 

램 자신의 일생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가난한 집안의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나머지 형제들은 다 죽고 형과 누이 1명씩 3남매만 살아남았다.

그중 누이인 메리는 1796년 정신발작을 일으켜 어머니를 살해했고, 아버지에게도 부상을 입혔다.

자신에게도 같은 유전이 있음을 알게 된 램은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며 누이를 간호하며 살았다.

 

사랑에 빠진 여인이 다른 남자와 결혼하자, 실의에 빠져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1834년 12월 27일 숨진 것은 길을 걷다 돌에 걸려 넘어지면서 생긴 병 때문이었다.

이 때문인지 램의 작품에는 희망보다는 체념이, 불멸이나 구원 등을 바라기보다 죽음에 대한 혐오가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변함없는 우정을 과시하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불쌍히 생각하며, 신분의 높낮이를 가리지 않고 인류 전체를 사랑한 램이었다.

 

아동들을 위한 《셰익스피어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20편을 뽑아, 누이 메리가 희극을 맡고, 그는 비극을 맡아서 쉽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쓴 것이다. 

1823년부터 발표된 《엘리아 수필집》은 영국 수필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불린다.

결혼도 하지 않으면서 간호하던 그의 누이는 그보다 13년이나 더 살다 죽은 뒤에 램의 무덤 옆에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