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3호선 양재역 인근을 지나다 보면 '말죽거리'라는 곳이 있습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초구 양재동에 속하는데요.
이곳을 지나셨던 분이라면 한 번쯤은 '말죽거리'란 이름이 어디서 유래됐는지 궁금하셨을 겁니다.
'말죽거리'는 옛날 제주에서 보낸 말을 한양으로 올려 보내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말을 손질하고 말죽을 끓여 먹인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곳이 '말죽거리'로 불리게 된 사연은 많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고려시대 '이괄의 난' 때 인조가 피난 가는 길에 이곳을 들렀을 때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인조는 당시 유생 김 이 등이 쑤어 올린 팥죽을 말 위에서 먹었는데, 이 때문에 이곳에 '말죽거리'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하고요.
또 다른 하나는 조선시대 병자호란 때입니다.
당시 인조가 청나라의 침입을 피해서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는데 청나라는 남한산성을 완전히 포위해 버렸죠.
그 당시 이곳은 청나라 장수 용골대가 지휘하는 우익군의 병참기지였는데요.
청나라 기마병들이 산성을 공격한 후에 이곳에 와서 말의 피로 해소를 위해 말죽을 쑤어 먹였다고 해서 '말죽거리'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합니다.
하여튼 말과 인연이 깊었던 '말죽거리'엔 이제 곧게 뻗은 대로와 주변 상가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옛날의 그 자취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 '말죽거리'를 거쳐 남부순환도로를 타고 조금만 내려오면 강남구 '개포동'과 만날 수 있는데요.
'개포동'은 왜 '개포동'이라고 했을까요?
양재천을 끼고 있는 강남구 '개포동'은 조개와 게가 살았던 개펄에서 생겨난 지명입니다.
비교적 낮은 지형으로 개펄이 많았던 이 지역이 '개펄' 또는 '갯가'로 불리다가, 후에 한자명인 '개포'로 정착된 것이죠.
'개포동'은 조선시대 말기까지만 해도 한강에서부터 탄천과 양재천을 타고 배가 들락날락했다고 합니다.
현재 '개포동'은 4개로 분동 된 상태로, 옛날의 개펄은 사라지고 역시 이곳도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이 그 자취를 다 메꿔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