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말에는 남성이나 여성을 지칭하는 말이 여럿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말도 그 사람이 혼인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직함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또 누가 부르는지에 따라 각각 다릅니다.
예를 들면 남자를 지칭할 때, '남정네, 남편, 사나이, 총각' 등이 있고, 여자를 지칭할 때에는 '아내, 여편네, 마누라, 집사람, 계집, 부인, 처녀' 등 꽤 많습니다.
그중 '마누라'는 무슨 뜻일까요?
지금은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 (그것도 같은 지위나 연령에 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아내를 지칭할 때, 또는 아내를 '여보, 마누라!'하고 부를 때, 또 다른 사람의 아내를 낮추어 지칭할 때 (예를 들면, '주인마누라') 등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원래 '마누라'는 '마노라'로 쓰였는데요.
'노비가 상전을 부르는 칭호'로, '임금이나 왕후에게 대한 가장 높이는 칭호'로 사용됐습니다.
그러니까 극존칭으로서, 높일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그리고 부르는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부르던 것이었는데요.
만일 오늘날 지위가 낮은 사람이 그 윗사람을 '마누라'라고 부르거나 대통령이나 그 부인을 '마누라'라고 부르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큰 싸움이 나거나 국가원수 모독죄로 주변 사람들의 지탄을 면치 못할 텐데요.
그런데 왜 이것이 '아내의 호칭'으로 변화했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남편을 '영감'이라고 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래 '영감'은 '정삼품 이상 종이품 이하의 관원'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검사를 특히 '영감님'으로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것은 옛날 그 관원의 등급과 비슷했기 때문에 '영감님'이라고 부른 것입니다.
옛날엔 남편보다도 아내를 더 높여서 불렀던 모양이죠?
남자는 기껏해야 '정삼품'으로 생각해서 '영감'으로 불렀는데, 아내는 '왕이나 왕비'를 높여서 부르는 '마누라'라고 불렀으니까요.
이렇게 해서 '마누라'와 '영감'은 대립어가 된 것입니다.
왜 늙지도 않은 남편을 '영감'이라고 불렀을까 의심하셨던 분은 이제 그 의문이 풀리셨을 겁니다.
지난 유행가 중에 '여보, 마누라', '왜 불러, 영감'하는 가사가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