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잠삼(岑參)

높은바위 2015. 6. 11. 08:48

 

 

                       주마천행(走馬川行)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走馬川行雪海邊(주마천행설해변)                 주마천이 눈의 바닷가로 흐르는 것을

平沙莽莽黃入天(평사망망황입천)                 망망한 모래벌판이 하늘 위로 사라지는 것을!

 

輪臺九月風夜吼(윤대구월풍야후)                 윤대(輪臺)의 구월, 밤에 울부짖는 바람,

一川碎石大如斗(일천쇄석대여두)                 강에는 온통 깨진 돌, 보릿자루만한 크기.

隨風滿地石亂走(수풍만지석난주)                 바람 따라 여기저기 돌들이 마구 뒹군다.

 

匈奴草黃馬正肥(흉노초황마정비)                 흉노(匈奴) 땅에 풀이 누래지고 말이 마침 살찌니,

金山西見煙塵飛(금산서견연진비)                 금산(金山) 서쪽에 연기가 오르고 티끌이 날린다.

漢家大將西出師(한가대장서출사)                 한(漢)나라 대장은 서방 원정을 나선다.

 

將軍金甲夜不脫(장군금갑야불탈)                 장군은 갑옷을 밤에도 벗지 않고,

半夜軍行戈相撥(반야군행과상발)                 한밤에 행군하니 창이 서로 부딪는다.

風頭如刀面如割(풍두여도면여할)                 바람은 칼끝처럼 얼굴을 에인다.

 

馬毛帶雪汗氣蒸(마모대설한기증)                 말 털에 눈이 붙고 땀으로 김이 서리니,

五花連錢旋作氷(오화연전선작빙)                 오화(五花)말 연전(連錢)말 오줌이 얼어붙는다.

幕中草檄硯水凝(막중초격연수응)                 천막 안에서 격문을 기초하니 벼룻물이 언다.

 

虜騎聞之應膽懾(노기문지응담섭)                 오랑캐 기병은 말만 듣고도 간담이 서늘해서,

料知短兵不敢接(료지단병불감접)                 백병전에 감히 가까이 달려들지도 못하겠지.

車師西門佇獻捷(거사서문저헌첩)                 우리 거사(車師)는 서문에서 승전보를 기다리리.

 

 

 

* 잠삼(岑參 : 715-770)은 하남 남양(南陽) 사람으로 몰락한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려서 부친을 잃고 20세 때 장안으로 나왔으나, 30세가 되어서야 진사에 급제하여 병조참군(兵曹參軍)이 되었다.

천보 8년 그의 나이 35세 때 처음으로 고선지(高仙芝) 장군 막부 서기로 출새(出塞)하였다.

 

그는 향수의 애달픔을 시로 표현하기도 했으나, 고비 사막의 모래 바람, 혹서엄한(酷暑嚴寒), 천군만마의 달리는 발굽 소리, 전쟁의 북소리가 끊임없는 전장의 풍운을 겪으며, 생명의 열정을 시로 엮어 내었다.

천보 10년(751) 장안으로 돌아온 그는 천보 13년 40세 때 안서(安西) 북정(北征) 절도사 봉상청(封常淸)의 판관으로 재차 출새하였는데, 변새시 중에 뛰어난 작품은 대부분 이 시기에 창작되었다.

그는 조정으로 돌아온 뒤 두보의 추천으로 우보궐(右補闕)에 임명되었으며, 55세에 촉(蜀)에서 죽었다.

 

잠삼의 시는 국경지대를 무대로 한 상무적이고 남성적인 꿋꿋한 기풍으로 유명하다.

그의 이러한 시가 나온 것은 그가 당(唐)나라 때의 일선지방이었던 서역(西域)에 오래 부임했던 영향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