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고적(高適)

높은바위 2015. 6. 10. 07:44

 

 

                      봉구현(封丘縣)

 

我本漁樵孟諸野(아본어초맹저야)             내 본래 맹저(孟諸) 들판의 고기잡이 나무꾼,

一生自是悠悠者(일생자시유유자)             한평생을 스스로 한가롭고 멋지게 지내며,

乍可狂歌草澤中(사가광가초택중)             이따금 풀밭 진펄에서 마구 노래 불렀거니,

寧堪作吏風塵下(영감작리풍진하)             어찌 벼슬아치가 되어 풍진에 끌려들었을까?

 

只言小邑無所爲(지언소읍무소위)             작은 고을이라 할 일이 없다고 말은 하지만,

公門百事皆有期(공문백사개유기)             관청의 온갖 일은 모두 규정이 있는 법.

拜迎官長心欲碎(배영관장심욕쇄)             상관을 마중하다 보면 마음이 괴롭고,

鞭撻黎庶令人悲(편달여서영인비)             백성을 채찍하다 보면 가슴이 쓰리다.

 

歸來向家問妻子(귀래향가문처자)             집으로 돌아와 처자에게 하소연하니

舉家盡笑今如此(거가진소금여차)             온 집안이 떠나가라 웃으며 세상은 그렇단다.

生事應須南畝田(생사응수남무전)             살림살이는 남쪽의 밭을 일구기로 하고,

世情付與東流水(세정부여동류수)             세태인정은 동으로 흐르는 물에 부치자.

 

夢想舊山安在哉(몽상구산안재재)             꿈속의 옛 동산은 어디에 있을까?

爲銜君命且遲回(위함군명차지회)             천자님 명령을 받은 몸이라 잠깐 망설인다.

乃知梅福徒爲爾(내지매복도위이)             이제야 느껴진다, 매복(梅福)의 공연함이!1)

轉憶陶潛歸去來(전억도잠귀거래)             다시금 생각난다, 도잠(陶潛)의 귀거래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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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복(梅福) : 한(漢)나라 때의 학자.

왕망(王莽)이 정권을 잡자 처자를 버리고 구강(九江, 강서성(江西省)에 있음)으로 갔음.

신선이 되었다고 전해졌는데, 그 뒤 성명을 바꾸고 오시(吳市)의 문졸(門卒)이 되어 있는 것을 봤다는 사람이 있음.

 

2) 도잠(陶潛) : 즉 도연명. 그의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는 관직의 구속을 벗어던지고 전원의 자유로 돌아가는 선언이었음.

 

 

 

* 고적(高適 : 707-765)은 성당(盛唐)시대의 시인이자 문관이다.

자는 달부 또는 중부(達夫, 仲夫)이며, 하북성 창주(河北省 滄州) 사람이다.

일설에는 발해 산동성(山東省) 사람이라 하며, 간의 대부(諫議大夫), 서천절도사(西川節度使), 형부시랑(刑部侍郞), 좌산기상시(左散騎常侍), 발해후(勃海侯) 등을 역임했다.

 

성격이 호방 활달(豪放 豁達)하여 청년 시절에 방랑 생활을 하다가, 50을 넘겨 시를 공부하여 재능을 발휘, 격조 높은 작품이 많으며 특히 새외(塞外)를 읊은 작품은 애송되었고, 잠삼(岑參)과 함께 고잠(高岑)이라 일컫는다.

이백, 두보와 친했고 특히 두보에게는 물질적 도움을 많이 주었다.

 

방랑 중 토번(吐蕃) 정벌에 공이 많은 무장 가서한(武將 哥舒翰)에게 발견되어 벼슬길에 들었다 하며, 문집에 ‘고상시집(高常侍集)’ 8권이 있다.

 

고적은 국경지대의 풍물과 전쟁을 시의 소재로 많이 취급, 훌륭한 작품을 남긴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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