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문태수행(雁門太守行) 안문1) 태수의 노래
黑雲壓城城欲摧(흑운압성성욕최) 검은 구름이 성을 눌러 성이 무너지려하고,
甲光向日金鱗開(갑광향일금린개) 갑옷의 광채가 해를 향하니 금비늘이 번득인다.
角聲滿天秋色裡(각성만천추색리) 가을 빛 속에 뿔피리 소리 하늘에 가득하고,
塞上燕脂凝夜紫(새상연지응야자) 국경 요새의 연지는2) 밤에 보랏빛으로 엉긴다.
半卷紅旗臨易水(반권홍기림역수) 절반 감긴 붉은 깃발은 역수가에3) 꽂혀있고,
霜重鼓寒聲不起(상중고한성불기) 된서리 맞은 북소리는 추워서 울리지 않는다.
報君黃金台上意(보군황금태상의) 황금대를4) 쌓고 부르신 은혜에 보답하고자,
提攜玉龍為君死(제휴옥룡위군사) 옥룡 검을5) 차고 나가 임금 위해 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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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문(雁門) : 지금의 산서성(山西省) 대현(代縣)의 서북에 있던 옛 지명.
거기에는 중국의 북방을 수비하는 중요한 요새가 있었음.
이하(李賀)의 시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이 작품은 한 개인의 배후에 퍼지는 중당(中唐)이라는 괴로운 시대상까지 느끼게 하는 걸작이라고 하겠음.
이 시는 또한 이하(李賀)가 당시 낙양(洛陽)의 국자감(國子監, 국립대학) 제주(祭酒, 총장)였던 한유(韓愈)를 처음 방문했을 때 제시하여 단박에 인정을 받았다는 일화가 있음.
2) 연지(燕脂) : 여자가 입술이나 손톱에 바르는 화장품.
연지는 흉노땅의 연지산(燕支山)이 특산지임.
"국경 요새의 연지" 는 요새에 뿌린 피를 가리킴.
3) 역수(易水) : 하북성 중부(北京 西南方)를 흐르는 강.
지리적인 뜻에서 보다는 형가(荊軻)의 얘기에서 끌어온 것인 듯함.
전국시대의 형가는 역수가에서, "바람은 썰렁썰렁, 역수는 차갑도다 / 장사는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아니하리" 라는 시를 읊고 적지로 떠났음.
4) 황금(黃金) : 전국시대 연나라의 소왕이 고대(高臺)를 쌓아 그 위에 황금을 쌓아 두고 천하의 인재를 불렀다는 기록이 있음.
5) 옥룡(玉龍) : 검을 가리킴.
* 중당(中唐)에 활동한 이하(李賀)는 몰락한 당나라 왕족 정왕(鄭王)의 후예로 태어났는데, 그의 집은 창곡(昌谷, 하남성 의양현 내河南省 宜陽縣 內)의 소지주였으며, 아버지는 변경의 관리로 근무하다가 일찍 세상을 떠났다.
중당(中唐)의 문호 한유(韓愈)는 이하(李賀)가 명함과 함께 들여보낸 <안문태수행(雁門太守行)>을 읽고 깜짝 놀라, 버선발로 나가 맞았다고 한다.
807년, 이하(李賀)가 17세 때 일이다.
안문은 곧 산시성(山西省) 대주(代州)로, 관소가 있던 국경의 요지였다.
본래 《악부시집》 상화가사(相和歌辭)에 ‘안문태수행’이 있지만 안문과는 관계가 없다.
이하(李賀)보다 앞서 양나라 간문제(簡文帝)와 저상이 안문에서의 수비 전투를 묘사했는데, 이하는 더욱 비장한 결의의 심경을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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