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베트 신발(Velvet shoes)
하얀 눈 속을 걸으리
소리조차 없는 근방을
고요하고 느릿한 걸음으로
마음 고요히 발을 옮기면
내리는 눈은 하얀 레이스의 베일
나는 비단신을 신고 걸으리
그대는 털신을 신으시라.
우유빛 같은 하얀 빛깔
더욱더 아름답구나
갈매기의 가슴털보다
우리는 지나가리라
바람 없는 아늑하고 고요한 거리를.
우리는 밟고 가리라 흰 털을.
은빛나는 양털을
털실보다 양털보다 부드러운 그 위를.
우리는 신고 걸으리 벨베트 신발.
걸어가노라면
고요함은 이슬과 같이
하얀 무늬에 떨어지리.
우리는 눈 위를 걸으리라.
* 여류 시인 와일리(Elinor Wylie : 1885-1928)의 대표적인 시.
나와 당신은 벨베트 신발을 신고 고요히 내리는 흰 눈의 베일에 싸여 부드러운 눈 위를 걷고 싶다.
말없이 고요하게 천천히 거닐고 싶다는 것이 이 시의 뜻이다.
이 시에는 어쩐지 깨어지기 쉬운 소녀의 무지개 같은 덧없는 희망이 어려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