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영국

예이츠

높은바위 2015. 4. 9. 10:26

 

 

     쿨 호수의 백조

 

나무들은 아름답게 가을 단장을 하고

숲 사이의 오솔길은 메마른데

10월의 황혼 아래 물은

고요한 하늘을 비춘다.

바위 사이로 치런히 넘치는 물 위에

떠노는 쉰 아홉 마리의 백조.

 

내가 처음 세어 보았을 때로부터

열 아홉 번째 가을이 찾아왔구나.

그때는 내가 미처 다 세기도 전에

모두들 갑자기 치솟아 올라

커다란 원을 그리면서

날개소리도 요란히 흩어졌던 것을.

 

저 눈부신 새들을 바라보노라면,

내 가슴은 쓰라려진다.

모든 것은 변해 버렸나니

맨 처음 이 기슭에서 황혼에

머리 위에 요란한 날개소리를 들으며,

보다 가벼운 걸음으로 걸은 그 날 뒤로.

 

아직도 지칠 줄 모르고 자기 짝끼리

그것들은 차가운 정든 물결을

헤엄치거나 공중을 날아가나니

그들의 마음은 늙지 않았다.

어디를 헤매든지 그들에게는

정열과 패기가 항상 따른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고요히 물 위를 떠간다.

신비롭게, 또 아름답게

어느 동심초 사이에 둥우리를 짓고

어느 호숫가 또는 물웅덩이에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할 것인가.

내 언제 잠깨어 그들이 날아가 버렸음을 깨달을까.

 

 

 

* 이 시는 1916년에 창작되어 <Little Review>(June, 1917)에 처음으로 발표되었다.

예이츠는 더블린에서 태어나 에이레 문예부흥에 적극 힘썼다.

1923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세계 최고의 시인중의 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