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영국

다우슨

높은바위 2015. 4. 7. 09:31

 

 

           시나라

 

                         —지금의 나는 사랑스러운 시나라와

                         함께 있을 때의 내가 아니다.

 

지난 밤, 아 어젯밤에 그녀와의 입술 사이에

시나라여! 그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며

그대 숨결이 입술 사이와 내 영혼에 내려왔었지.

하여 나는 쓸쓸해지며, 옛사랑이 괴로워서

그래, 나는 쓸쓸해져 머리 숙였지.

시나라여, 나는 그대에게 충실했었다.

 

내 가슴 위에서 밤새껏 그녀의 가슴은 고동쳤고,

내 품 안에 밤새껏 그녀는 누워 있었느니라.

돈으로 산 그녀의 키스는 정녕 달콤했었으나

그래도 나는 쓸쓸했고, 옛 사랑이 괴로웠다.

내가 잠 깨어 먼동이 트는 것을 볼 무렵.

시나라여, 나는 그대에게 충실했었다.

 

나는 잊었다, 시나라! 바람과 함께 사라진

백합을 기억에서 지우려 춤추며

남 따라 야단스러이 장미를, 장미꽃을 던졌으나

그래도 나는 쓸쓸했고, 옛 사랑이 무척이나 괴로웠다.

그래, 춤에 빠져서 나는 마냥 고민했지,

시나라여, 나는 그대에게 충실했었다.

 

나는 자극스런 음악과 독한 술을 원했으나

향연이 끝나고 램프가 꺼지면

그대 그림자 진다, 시나라여! 밤은 그대의 것,

하여 나는 쓸쓸했고, 옛 사랑이 괴로워서

그래, 내 연인의 입술을 갈망했었지!

시나라여, 나는 그대에게 충실했었다.

 

 

 

* 어니스트 다우슨(Ernest Dowson : 1867-1900)은 20세기에 들어서는 해에 서른 세 살로 죽었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을 중퇴하고 <시인 클럽>에 가입했으나, 그 무렵 종교적인 구원을 추구하면서 방탕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조그만 레스토랑의 아가씨에게 사랑을 원했으나 실연을 당했다.

다우슨은 더욱더 술과 방탕에 빠지게 되었고, 그래도 가까스로 시를 쓰는 일만은 계속하였다.

그리고 이윽고 세기말의 절창 <시나라>가 창작되게 되는 것이다.

 

이 시에는 달콤한 센티멘탈과 관능의 소용돌이 밖에 없다고 할 사람이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나라>는 동시에 기품이 넘치고 있고, 겨우 20여 행밖에 안되는 시 속에서 시의 기적을 이루고 있다.

이 시에서 따온 것이 마아가렛 미첼의 그 유명한 소설 제목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