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러시아

예브게니 알렉산드로비치 옙투셴코(Евге́ний Алекса́ндрович Евтуше́нко)

높은바위 2023. 3. 11. 03:41

 

            별의 역사


  이 세상에 흥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사람의 운명은 별의 역사와도 같은 것
  하나하나가 모두 독특하고 비범하여
  서로 닮은 별은 하나도 없다
 
  누군가가 눈에 띄지 않게 살았다면
  눈에 띄지 않는 것에 친숙해졌다면
  바로 이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하여
  그는 사람들 가운데 흥미롭다
 
  모든 사람에게 그만의 비밀스러운 세계가 있다
  이 세계 안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이 세계 안의 가장 무서운 순간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사람이 죽어 가면
  그와 함께 그의 첫눈이,
  첫 키스가, 첫 번째 싸움이 죽어 가는 것 …
  이 모든 것을 그는 함께 가져간다
 
  그래, 책들이, 다리들이,
  자동차들이, 화가의 화폭들이 남을 것이다
  그래, 많은 것은 남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여전히 떠나가는 법!
 
  이것이 가차 없는 유희의 법칙이다
  사람들이 죽어 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들이 죽어 가는 것이다
  우리들은 이 세상 죄 많은 사람들을 기억한다
  그러나 우리가 본질적으로 그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우리가 우리의 형제들과 친구들에 대해서
  사랑하는 유일한 그녀에 대해서 아는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낳아 준 아버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아무것도 모른다
 
  사람들이 떠나간다 그들을 되돌릴 수는 없다
  비밀스러운 세계도 다시 탄생시킬 수 없다
  그리고 매번 나는 이 돌아올 수 없는 것 때문에
  다시 소리 지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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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출신의 시인 예브게니 옙투셴코(1932~2017)의 시 〈별의 역사〉는 '별이 지도가 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시인은 '사람의 운명은 별의 역사와도 같은 것/ 하나하나가 모두 독특하고 비범하여/ 서로 닮은 별은 하나도 없다'라고 노래한다.


 
어쩌면 그 별은 '영혼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일지 모른다.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듯, 불꽃의 밝기 역시 저마다 다를 것이다.

소설로 치면 그 별은 '평범한 주인공'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공이다.

만약 그런 자신을 중심으로 시와 소설을 쓴다면, 그리고 그 문학을 '역사적 진보'의 관점에서 쓴다면, 어떻게 쓰일까.
 

루카치가 '문제적 개인'이라 불렀고, 헤겔이 '세계사적 개인'이라 칭한 인간은 그저 평범할 수 있지만 그 개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 어느 것도 평범하지 않다.

삶은 누구에게나 치열하다. 가혹하다. 사랑스럽다. 눈물겹다.

인간의 삶이란 어느 것이나 정답이 없는 복잡한 방정식이다.


 
시인 옙투셴코는 '사람이 죽어 가면/ 그와 함께 그의 첫눈이,/ 첫 키스가, 첫 번째 싸움이 죽어 가는 것 …/ 이 모든 것을 그는 함께 가져간다'라고 썼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첫눈, 첫사랑, 첫 키스, 첫 싸움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겹겹의 추억이 한 인간을, 한 가족을, 한 사회를 밝히는 별일지 모른다.

비록 크고 웅장하지 않더라도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별빛을 드러내는,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문학양식인 시와 소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인 옙투셴코는 용기 있는 반체제 작가였다.

생전 150편이 넘는 시집을 펴냈다.

지난 4월 1일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에서 신장암으로 사망했다.

스탈린 독재에 맞서 개성과 자유를 옹호한 시를 썼으며 구 소련 내 반(反) 유대주의를 비판하는 시 〈바비 야르(Babi Yar)〉로 1963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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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브게니 알렉산드로비치 옙투셴코(Евге́ний Алекса́ндрович Евтуше́нко, 1932년 7월 18일 ~ 2017년 4월 1일)는 러시아의 시인이자 영화감독이다.

1932년 소련 이르쿠츠크 주의 작은 마을인 지마(Зим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알렉산드르 간그누스는 지질학자였으며, 어머니 지나이다 옙투셴코(그의 성인 '옙투셴코'는 여기서 온 것이다.)는 가수였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비에트 연방 모스크바로 이주했으며, 1949년 첫 시를 발표하였다.

1951년부터 1954년까지 고리키문학전문학교에 다녔으나 1957년 발표한 시 <지마역>으로 인해 "개인주의"라는 비판과 함께 퇴학당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옙투셴코는 러시아 대중 사이에 명성을 얻게 되었다. 

스탈린이 죽은 이후, 흐루쇼프가 들어서면서 해빙기가 시작되자, 그는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1961년 발표한 시, <바비 야르>를 통해 당시 소련에 퍼져있던 반유대주의를 비판하였다.

그는 곧 러시아에서 대중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으며,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 같은 60년대 대표적인 시인이 되었다.

8월 쿠데타 당시에는 보리스 옐친을 지지하였으며, 2017년 4월 1일에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