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안성맞춤'의 어원

높은바위 2022. 11. 8. 08:04

 

'안성맞춤''안성'은 경기도 지명의 '안성'이고요.

'맞춤''맞추다'의 명사형인데요.

예전의 '안성'은 큰 장이 서던 상업의 요충지였습니다.

'안성' 장은 서울 장보다 물건이 풍부했고, 또 질이 좋은 물건들이 거래됐다고 합니다.

'안성'에서 팔리는 질이 좋은 물건에는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것도 있지만 '유기(鍮器)'처럼 이 지역에서 직접 제작한 것도 있었는데요.

'유기(鍮器)'는 청동기시대부터 제작되었던 것인데, 특히 '안성 유기'는 예로부터 '안성'의 '가죽 꽃신'과 더불어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유래될 만큼 유명했다고 합니다.
 
서유구(徐有榘)가 지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는 구례·개성·정주 지방에서도 '유기(鍮器)'가 나지만 '안성 유기'가 으뜸이라 하였고, 『안성 약기(安城略記)』에서는 '안성'은 '유기(鍮器)'가 명산인데 그것은 견고하고 정교하여 전국에서 환영받았다고 하였습니다.
 
'유기(鍮器)'는 옛날에는 궁궐의 진상품이나 불상·종 등의 불교용품 또는 가정의 생활 용품으로 널리 쓰였으나, 오늘날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그릇이나 플라스틱 그릇에 밀려 사양길에 들어섰지만, '안성 유기'는 전통 공예 미술품으로 전승되고 있는데, 현재 안성시 봉산의 유기장 기능보유자 김근수에 의하여 전통적인 '유기' 제작이 계승되고 있다고 합니다.

 

'안성' '유기(鍮器)'에는 장에 내다 팔기 위해 대량으로 만든 '장내기 유기'와 주문에 의해 만든 '맞춤 유기'의 두 종류가 있었는데요.

'안성맞춤'이란 말은 바로 '맞춤 유기'와 관련해서 생긴 표현입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장날에 나는 '장내기 유기'를 사서 이용했지만, 행세를 제법 하는 집안에서는 직접 안성에 주문해서 특별히 만든 '맞춤 유기'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안성'에서 직접 주문해서 직접 만든 '유기(鍮器)''안성맞춤 유기'인 것이죠.

따라서 '안성맞춤'이라는 말은 '안성맞춤 유기'에서 '유기(鍮器)'가 생략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성'하면  '유기(鍮器)'가 연상되기 때문에 굳이 '안성맞춤 유기'라 하지 않고 '유기(鍮器)'를 생략한 채 '안성맞춤'이라고만 해도 '안성맞춤 유기'와 같은 의미로 쓰였습니다.

그러다가 '안성'이라는 표현과 '유기(鍮器)'와의 관계가 희박해지면서 '안성맞춤''안성'에 주문해 만든 '유기(鍮器)'처럼 '아주 잘 만든 고품질의 물건'이라는 보다 일반적인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안성맞춤'이라는 표현은 어느 시기인지는 몰라도 한 단어처럼 굳어져서 '고품질의 물건'이라는 구체적 의미에서 '물건이 좋아 마음에 꼭 맞음' 또는 '경우나 계제에 잘 어울림'이라는 추상적 의미로까지 발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