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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높은바위 2023. 11. 6. 10:54

 

흐르는 곡은,

 

하수영 -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 * * * * * * * * * * * * * *

 

아내

                                                             高巖

 

조그맣고

통통한 여자가 제 몸무게만큼 들은

옷 가방을 메고 올라올 것이다.

남대문 지하계단을.

노숙자(露宿者)들의 노리착지근한 통로를 지나.

 

가방은 멨는데 키가 크다.

일산(一山) 가는 옷장수로군.

또 한 여자,

너무 뚱뚱한 데 옷 가방이 잘 어울려.

새벽 140.

오늘 장 보러 오지 않았나 보구나.

어제 봤나.

에구, 이런 건 우린 연때가 안 맞아.

귀갓길에 같이 가려고

우줅 이곳까지 왔는데.

못 만나네.

이젠 막차 타야지.

 

아내의 짐을 받아 들고

함께 향하려던 바람은,

부유스름한

가로등 불빛아래

주저앉는다.

 

세상 살아가는 아픔과 몸부림을

아내는

나 대신 짊어지고 다닌다.

제 몸보다 버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