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곡은,
조영남 - 여보<원곡 : Julio Iglesias - H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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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리 여파(餘波)
高巖
쇠잔한 몸을 뉘었다.
흐느적이는 TV화면에 멀건 눈을 흘리는데
옆에 누운 마눌의 억 소리와 함께
웬 시커먼 놈이 화면 앞으로 튄다.
팬티 두툼한 부근이 서늘해서 손을 스치니 튀었다고 한다.
불 올리니 세상 밑으로 들어간다.
엊그제 저녁부터 서투른 울음 울던 녀석이 틀림없다.
보일러소리인 줄 알았는데
일찍 세상 맛보러 나온 녀석 같았다.
발정 난 숫놈일 거라는 마눌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가을 논은 영글어만 가는데
뉘리끼리한 묏등의 잔디는 왜 떠오르나.
고얀 놈, 세상 맛보는 데
하필 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