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소불알만 하게 큼직한 자물통이 달린 책궤가 아무래도 심상찮은 물건이었다."
"두 자매 사이에 분위기가 심상찮게 흐르자 어머니가 끼어드셨다."
'심상(尋常)'은 고대 중국의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심(尋)'은 8자 길이를 뜻하며 '상(常)'은 16자를 뜻한다.
우후죽순처럼 많은 나라들이 저마다 들고일어나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제후들은 얼마 되지 않는 '심상(尋常)의 땅'을 가지고 다투었다고 한다.
평수로 따지면 한 평 남짓한 땅을 빼앗기 위해 싸웠다는 뜻으로 아주 작은 규모였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심상은 짧은 길이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이것이 곧 작고 보잘것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에 비견되기도 했다.
이렇게 본래의 뜻보다는 보잘것없고 별 대수롭지 않은 것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이게 됐다.
'심상(尋常)찮다'는 형용사 '심상(尋常)하다'의 부정 표현으로,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고 대수롭다.'는 뜻이다.
'심상하다'의 부정 표현은 원래 '심상하지 않다'지만, 실제로는 '심상치 않다'의 표현으로 더 많이 듣게 된다.
그렇다면 '심상하지 않다'가 어떻게 '심상치 않다'로 될 수 있을까?
'심상치'에서 '치'는 '하지'가 한 음절로 줄어든 것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심심하다'를 들 수 있는데, '심심하다'의 부정 표현은 '심심하지 않다'나 '심심치 않다' 또는 이것이 더 줄어서 '심심찮다'로 될 수 있다.
그런데 모든 경우에 이렇게 줄어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정 표현 '-지 않다' 앞에 'ㄱ, ㅂ, ㅅ' 등의 무성 자음이 올 때는 해당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다'는 '생각치 않다'가 아니라 '생각지 않다'인데, 이 경우에는 '하지'가 '치'로 줄어들지 않고, '하지'에서 '하'자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섭섭하지 않다'는 '섭섭지 않다', '깨끗하지 않다'는 '깨끗지 않다'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