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슬픈 사랑 이야기

높은바위 2015. 10. 20. 16:14

 

한 여인이 있습니다

제 사랑입니다

난 그녀를 위해서 살아 왔고

살고 있고

살아 갈 것입니다

그러나

난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세상이 환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내 인생의 목표가 뚜렷해지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녀를 지켜주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우린 정말 열열히 사랑했습니다

그녀와 함께 있는 순간에도

눈을 감으면

그녀가 보고 싶을 정도로

그녀가 그리웠습니다

전 그녀를 제 목숨보다

사랑합니다

단 1초도 그녀와 떨어져서

살 수 없었기에

아직 어린 나이지만

아직은 이렇다할 기반도

능력도 없지만

내 마음으로

내 사랑으로

그녀만큼은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기에

청혼을 했습니다

첫 날밤

이제 나만의 여자가 된

그녀를 품에 안았습니다

이 순간의 행복은

죽어도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나도 사랑스런 그녀

내 목숨보다 더 소중한 그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직장을 구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첫 월급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조그마한 선물을 샀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녀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의 기뻐하는 얼굴이

그녀의 환한 미소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무단횡단을 했는데

미처 마주오던 차를 보지 못했습니다

내 얼굴 위에는

산소 마스크가 놓여있고

내 혈관으로 영양제가 들어오고

가끔씩 그녀가 손발을 닦아주고

아침의 햇살은 따사롭고

밤공기는 차갑기도 했지만

그녀의 손길만은 여전히 따뜻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날들이 지났는지 모릅니다

아직도 내 얼굴 위에는

산소 마스크가 놓여 있고

내 혈관으로 영양제가 들어오고

가끔씩 그녀가 손발을 닦아주고

아침의 햇살은 따사롭고

밤공기는 차갑기도 했지만

그녀의 손길만은 여전히 따뜻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안스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날 놓칠 수 없었기에

일어서야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아직도 모든 게 그대로입니다

다만

아내의 손길이 점점 줄어듭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반드시 사랑하는 아내에게 돌아가

나로 인해 그늘진 그녀의 얼굴에

행복의 미소를

안겨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뜸했던 아내의 손길이

갑자기 분주해집니다

아직도 내 얼굴 위에는

산소마스크도 그대로이고

내 혈관에 영양제도 그대로이고

아침 햇살도

밤공기도

모든 게 그대로입니다

이제는 이 깊은 암흑속에서

깨어나기만 하면 됩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게 아닌데

검은 손이

산소 마스크를 벗겨 내려합니다

그녀에게 이러면 안 된다고

제발 이러면 안 된다고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은데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여주면 되는데

눈 한번 깜빡이면 되는데

이미 내 신경들은

내 지배를 벗어났습니다

끝인줄 알았는데

이러면 끝인줄 알았는데

이러면 정말 끝인줄 알았는데

한 여인이 있습니다

제 사랑입니다

난 그녀를 위해서 살아 왔고

살고 있고

살아 갈 것입니다

그러나

난 그녀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곁에 영혼이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함께일 것입니다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제 사랑이었습니다

난 그를 위해서 살아왔었는데

살고 싶었는데

살아갈려고 했었는데

그랬었는데

그는 내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를 처음 본 순간

믿을 수 없는 100% 이상형이

세상에 존재함에

내 눈을 의심해야만 했습니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사람이

내 사랑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우린 정말 열열히 사랑했습니다

잠시 헤어질때면

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타들어 가는 듯

애타게 그리웠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렸습니다

아직은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그와 함께라면

어떠한 고난과 역경도

헤쳐나갈 수 있었기에

우리 사랑 앞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그와 함께라면

그 고생마저도 행복으로 느껴졌기에

우린 결혼을 했습니다

첫 날밤

전 이제 그의 여자가 되었습니다

내 남자의 품이

이렇게 따뜻하고

포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영원히 그를 믿고 따르며

사랑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청소하고 빨래하고 식사 준비하고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게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그의 첫 월급날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근사한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9시에 온다던 사람이

10시가 지나도

11시가 지나도

12시가 지나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곳은

대학 병원의 응급실이었습니다

그는 볼 수도 말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는

식물인간이 되었습니다

병원에서는 가능성이 없다고 했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기에

그가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었기에

그를 지켜보았습니다

주위에서는 남편을 포기하라고

가능성이 없다고

아직은 젊으니

다시 시작하라고들 하지만

전 자신이 없습니다

용기도 없습니다

아직은 따뜻하고 포근한

그 손길에 의지하며

내 정성이 하늘에 닿기만을

기도하며 소망합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영원히 지켜주겠다던 그 말을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닥치는대로 일을 했습니다

고된 일을 마치고나면

병원으로 곧장 달려가

희망이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그의 얼굴을 바라봅니다

이젠 너무도 힘들어

그의 얼굴만 바라보면

눈물부터 납니다

어떻게든 노력했지만

내겐 너무도 힘이 부칩니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그를 보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은데

정말 그러고 싶은데

현실이라는 벽이 날 가로막습니다

정성껏 그를 간호하며

온 밤을 그를 지켜보며

지샜습니다

산소 마스크가 벗겨졌고

그는 이내 숨을 멈췄습니다

하얀 천이 그의 얼굴을 덮었고

모든 게 끝나버렸습니다

사람들이 그를 어디론가 옮겼고

너무나도 벅찬 슬픔에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영원히 지켜준다던 그 말

영원히 함께 한다는 그 말이

이렇게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이제 그의 온기마져 느낄 수 없는

현실이 더 견딜 수 없었습니다

모든 게 끝났습니다

그가 없는 이 세상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제 사랑이었습니다

난 그를 위해서 살아왔었는데

살고 싶었는데

살아갈려고 했었는데

그랬었는데

그는 내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영원히 지켜주겠다는 그 말을

믿기때문입니다

Jeane Manson & C'Delagrange - Les Larmes Aux Yeux (흘러내리는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