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백유경(百喩經)의 우화

높은바위 2024. 4. 19. 08:25

 

『백유경(百喩經)은 우화로 이루어진 불경이다.

고대 인도의 우화적인 구비설화를 중심으로 엮은 이야기책으로서,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올바른 삶과 믿음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기존의 불교 경전은 함축된 의미의 문장과 어려운 단어로 인해 불교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유대인들에게 성서와 동일하게 여겨지는 『탈무드』가 인간 사회 전반의 철학적, 수학적, 인문학적, 역사적 질문들과 담론들로 교훈을 준다면, 『백유경』은 온갖 비유로, 해학성이 넘치는 이야기 가운데 단순히 불교 가르침 이상의 깨달음을 준다.

고대 그리스의 국적 없는 동물들의 이야기인 『이솝 우화』가 우리 인간에게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하는 교훈을 주고,

우리의 『전래동화』 역시 권선징악의 교훈이 있듯이, 

『백유경』은 재미있고 쉬운 비유를 통해 일반 대중들도 쉽게 불교 경전에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숲 속에 원숭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원숭이는 숲 속에서 놀다가 배가 고프면 마을에 있는 콩밭으로 가서 콩을 빼어 먹었다.

어느 날 배가 몹시 고픈 원숭이는 콩밭으로 가서 실컷 콩을 주워 먹고는, 나중에 먹을 콩도 한 움큼 가지고 숲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만 잘못하여 콩 한 알을 땅에 떨어뜨렸다.

원숭이는 떨어진 콩 한 알을 주우려다가 손에 쥐고 있던 한 움큼의 콩을 다 쏟아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산새들은 잔치라도 난 듯 날아와 콩을 다 주워 먹었다.

지켜보던 원숭이가 화가 나서 말했다.

"야! 이놈들아, 남의 콩을 다 주워 먹으면 어떻게 하니."

그러자 산새들이 짹짹거리며 대답했다.

"야! 이 멍청한 원숭아, 콩 한 알 주우려고 한 움큼의 콩을 다 버리면 어떻게 하니?"

원숭이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소중한 나머지를 전부 잃는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우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