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
인류 최초의 불순종, 그리고 금단의 나무 열매여,
그 너무나 기막힌 맛으로 해서 죽음과 더불어 온갖 슬픔 이 땅에 오게 하였나니
에덴을 잃자 이윽고 더욱 거룩한 한 어른 있어 우리를 돌이켜 주시고
또한 복된 자리를 다시금 찾게 하여 주셨나니 하늘에 있는 뮤즈여 노래하라.
그대 호렙산이나 시내산 은밀한 정상에서 저 목자의 영혼을 일깨우시어
선민에게 처음으로 태초에 천지가
혼돈으로부터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가르쳐 주시지 않으셨나이까.
아니, 또한 시온 언덕이 그리고 또한 성전 아주 가까이 흘러 내리고 있는
실로암 시냇물이 당신 마음에 드셨다면 이 몸 또한 당신에게 간청하오니
내 모험의 노래를 북돋아 주소서.
이오니아 산을 넘어서 높이 더 높이 날고자 하는 이 노래이니
이는 일찌기 노래에서나 또 글에서나 아직 누구나 감히 뜻하여 본 일조차 없는 바를 모색함이라.
그리고 누구보다도 그대 아 성령이여,
어느 궁전보다 앞서 깨끗하고 곧은 마음씨를 좋아하셨으매, 당신이여
지시하시라, 당신은 알고 계시지 않으시나이까.
처음부터 당신은 임석하시어 거창한 날개를 펴고
비둘기와 같이 넓은 심연을 덮고 앉으사 이를 품어 태어나게 하셨나이다.
내게 날개편 어두움을 밝히소서, 낮은 것을 높이고 또 받들어 주소서.
이는 내 시의 대주제의 높이에까지 영원한 섭리를 밝히고자 함이요,
또한 뭇사람에게 하나님의 도리를 옳게 전하고자 함이라.
<서시>에서
* 단테의 <신곡>과 더불어 불후의 종교 서사시로 일컬어지는 밀턴(John Milton : 1608-1674)의 <실낙원(失樂園 : Paradise Lost : 잃어버린 낙원)>은 전 12권의 대장편이다.
눈이 먼 뒤에 딸에게 구술하여 완성된 대작으로, 20년에 걸쳐 구성하였으며 구약성서의 창세기에서 취재하였다.
이야기는 사탄 및 인간의 반역과 몰락이며 하나님과 그리스도, 아담과 이브, 천사와 타락한 천사, 특히 사탄의 비극적이며 영웅적 성격을 공상의 세계에 자유 자재로 구사하여 악에 대한 하나님의 형벌, 하나님이 창조하여 낙원에 살게 한 아담과 이브를 타락시키려는 사탄의 복수, 인류의 시조와 그 인과, 속죄의 희망 등을 지옥과 천국과 지상의 대무대에 전개시킨다.
작가 자신이 말하듯 "영원한 섭리를 말하고 신의 인간에 대한 도리가 옳은 것임을 밝히려는 것>에 그 모랄이 있으며, 이것이 작품 전체에 시종 명확히 의식되어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