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프랑스

네르발

높은바위 2015. 1. 23. 09:16

 

네르발(Gérard de Nerval : 1808-1855)은 오랫동안 프랑스 문단에서 묵살되어 왔으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프랑스 제1의 서정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고, 로티에서 프루스트에 이르는 문학계열에 깊은 영향을  준 작가로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정신착란과 표류와 방황의 일생을 보냈고, 종래는 거리에서 목매어 죽었다.

그래서 그는, 낭만 정신의 화신이라고까지 불리운다.

시집으로는 12편의 소네트로 구성되어 있는 <환상시편>(1854)이 있다.

이 12편의 시편은 어느 것이나 주옥같은 절창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네르발의 유명한 말에 "꿈은 제2의 인생" 이란 것이 있는데 그는 <환상시편> 헌사에서도 "이 소네트는 독일 사람들이 말하는 초자연주의적인 몽상 상태에서 창작되었다." 고 기록하고 있다.

 

 

 

                         환상

 

그 곡을 위해서라면 나는 모든 것을 버리리니

롯시니도 모짜르트도 그리고 베버도.

활기 없고 아주 오래 된 그 곡은

내게만은 은밀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그 곡을 들을 때마다

나의 혼은 200년씩이나 젊어진다.

루이 13세 시대... 내게는 보이는 듯하다.

석양이 황금빛으로 물들인 푸른 언덕이 펼쳐지는 것을.

 

그리고 돌로 둘레를 쌓은 벽돌 성벽,

붉은 색깔로 물든 스테인드글래스의 창,

커다란 공원으로 둘러싸여 성의 발목을 적시며

시냇물은 꽃들 사이를 흘러 간다.

 

그리고 한 귀부인이 높다란 창가에

금발에다 검은 눈동자로 옛날 의상을 걸치고 있다.

모름지기 전생에서 내가 이미 보았고

지금 내 회상 속에 되살아난 여인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