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시와 시어(詩語) 595

자(針尺)

우리나라 재래의 길이를 재는 하나치의 한 가지. 각각의 사물은 각자의 고유한 존재 방식과 가치 척도를 가진다는 점에서 하나의 자로서 상징성을 지닌다. 가벼운 무게가 하늘을 생각하게 하는 자의 우아(優雅)는 무엇인가 무엇이든지 재어볼 수 있는 마음은 아무것도 재지 못할 마음 삶에 지친 자(者)여 자를 보라 너의 무게를 알 것이다 (김수영, '자(針尺)', "김수영시전집", p. 100) 새는 날아다니는 자요 나무는 서 있는 자이며 물고기는 헤엄치는 자이다 세상 만물 중에 실로 자 아닌 게 어디 있으랴 벌레는 기어 다니는 자요 짐승들은 털 난 자이며 물은 흐르는 자이다 스스로 잴 줄을 모르니 더없는 자이다 (모두들 인공人工을 자로 쓰며 깜냥에 잰다는 것이다) 자연만이 자이다 사람이여, 그대가 만일 자연이거든..

가가

'가게'의 방언. 상점 또는 집들. 거지와 숙녀(淑女)가 가끔 숨박꼭질 하는 곳 생선 가가같이 비린내가 풍긴다 (김동명, '서울역(驛)', "목격자", p. 73) 서로 다투고 서로 속이던 가가들도 문 걷어닫고 (조기천, '제6장', "백두산", p. 98) 고르지 못한 팔다리로 첨하 나즌 가가ㅅ집을 젓먹이듯 헤가리든, 나의 거리여. (주요한, '옛날의 거리', "아름다운 새벽", p. 54)

한글 그리고 국어와 시어(詩語)

우리의 국어는 오랫동안 민족의 얼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말과, 그 말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글이 서로 분리되어 사용되어 왔다.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시대 그리고 고려 및 조선조 초기까지 말은 그대로인 채 글은 한자 및 이두를 사용해 옴으로써 언문불일치를 보여온 것이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로 점점 언문으로 인식되어 사용됨으로써 언문일치가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일제강점기에 국어가 말살될 위기를 겪었고, 다행히도 선각적인 국어학자와 문인들, 특히 시인들의 노력에 의해 생활어의 차원으로, 다시 예술어의 차원으로 살아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지금도 한문과 외래어, 신종어들의 파도에 휩쓸려 국어의 혼과 본질이 혹시나 퇴색되어 가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다. 이에 국어의 역사, 생활사 그리고 정신사 및 예술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