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국어는 오랫동안 민족의 얼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말과, 그 말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글이 서로 분리되어 사용되어 왔다.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시대 그리고 고려 및 조선조 초기까지 말은 그대로인 채 글은 한자 및 이두를 사용해 옴으로써 언문불일치를 보여온 것이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로 점점 언문으로 인식되어 사용됨으로써 언문일치가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일제강점기에 국어가 말살될 위기를 겪었고, 다행히도 선각적인 국어학자와 문인들, 특히 시인들의 노력에 의해 생활어의 차원으로, 다시 예술어의 차원으로 살아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지금도 한문과 외래어, 신종어들의 파도에 휩쓸려 국어의 혼과 본질이 혹시나 퇴색되어 가지 않을까 하는 심정이다.
이에 국어의 역사, 생활사 그리고 정신사 및 예술사를 살펴볼 수 있는 한국 현대시들에 쓰인 시어들을 간략히 살펴봄과 동시에, 시어의 발전 과정으로서 민족어 완성을 향한 시인들의 노력의 길을 더듬어 보기로 한다.
* 김재홍(金載弘, 1947년 2월 4일 ~ 2023년 1월 13일) 문학박사 편저, 고려대학교 출판부 발행 "한국 현대시 시어사전"을 참고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