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브게니 알렉산드로비치 옙투셴코(Евге́ний Алекса́ндрович Евтуше́нко) 4

예브게니 알렉산드로비치 옙투셴코(Евге́ний Алекса́ндрович Евтуше́нко)

나는 위조지폐라도 찍어낼 테다 어린아이인 나에게서 순진함을 털어 내버리며, 그들은 내 당근수프 위에 바퀴벌레와 함께 지혜를 뿌려 놓았다. 덧대어 기운 내 셔츠 그 봉합선 속에 꿰매어진 벼룩들이 작은 소리로 지혜를 속삭여 주었다. 그러나 가난이 지혜는 아니며 돈 또한 지혜는 아니다. 그들이 텅 빈 내 위장을 강타한 뒤로 나는 발작적으로 움직이며, 조금씩, 어쭙잖게 성인이 되어 갔다. 나는 나이프들의 과장된 은어를 사용했다. 나는 누군가가 내버린 담배꽁초에서 싸늘한 타액의 연기를 피워 마셨다. 나는 내장을 통해 전쟁의 굶주림을 터득했다. 내 늑골들이 나에게 러시아의 지형을 가르쳐 주었다. 흔히 말하는 명성을, 아무도 나에게 주질 않았다. 병아리 목 잡아채듯 나 혼자서 그렇게 움켜잡았다. 전시의 기차역처럼 비..

예브게니 알렉산드로비치 옙투셴코(Евге́ний Алекса́ндрович Евтуше́нко)

거짓말 아이들에게 거짓을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네 허위를 진실인 양 말하는 것도 잘못이지 아이들에게 천국에 하느님이 계시고 이 세상이 잘 굴러간다고 말하는 것도 잘못이야 아이들은 자네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안다네, 아이들도 인간이거든 아이들에게 숱한 어려움에 대해 말해주게 앞으로 일어날 일만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도 분명히 보게 해줘야 하네 살면서 맞닥뜨리게 될 장애와 난관에 대해 말해주게 마주치게 될 슬픔과 고통에 대해 말해주게 지옥 같은 일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도 알려주게 행복의 대가를 아는 자만이 행복할 수 있지 않은가 잘못을 알면서도 용서해서는 안 되네 그냥 두면 반복되고 늘어나 나중에 우리 학생들은 우리가 용서했다는 것을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 * * * * * * * * * * *..

예브게니 알렉산드로비치 옙투셴코(Евге́ний Алекса́ндрович Евтуше́нко)

별의 역사 이 세상에 흥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사람의 운명은 별의 역사와도 같은 것 하나하나가 모두 독특하고 비범하여 서로 닮은 별은 하나도 없다 누군가가 눈에 띄지 않게 살았다면 눈에 띄지 않는 것에 친숙해졌다면 바로 이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하여 그는 사람들 가운데 흥미롭다 모든 사람에게 그만의 비밀스러운 세계가 있다 이 세계 안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이 세계 안의 가장 무서운 순간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사람이 죽어 가면 그와 함께 그의 첫눈이, 첫 키스가, 첫 번째 싸움이 죽어 가는 것 … 이 모든 것을 그는 함께 가져간다 그래, 책들이, 다리들이, 자동차들이, 화가의 화폭들이 남을 것이다 그래, 많은 것은 남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여전히 떠나가는 ..

예브게니 알렉산드로비치 옙투셴코(Евге́ний Алекса́ндрович Евтуше́нко)

바비 야르(Babi Yar) 바비 야르 위에는 아무런 기념비가 없다. 가파른 협곡은 마치 황폐한 묘비 같다. 나는 오늘 이스라엘 민족과 같은 나이를 먹었다고 느끼며 두려워한다. 나는 이제 내가 유태인이라고 느낀다. 여기서 나는 고대 이집트를 떠돈다. 그리고 여기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며, 아직도 나는 못자국이 나있다. 나는 내가 드라이푸스라는 느낌이 든다. 부르주아 무리들이 나를 고발하고 재판한다. 나는 철창 속에 있다. 나는 둘러 싸여서 학대받고, 침세례를 받고, 비방받고, 레이스 장식을 한 멋진 여인들이 내 얼굴에 양산을 들이대고 괴성을 지른다. 나는 내가 비엘로스톡의 작은 아이로 느껴진다. 바닥에는 피가 튀어 있다. 선술집의 주모자는 짐승같이 되어간다. 그들에게서 보드카와 양파 냄새가 풍긴다.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