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45. 들길에 서서

높은바위 2005. 6. 28. 09:16
 

45. 들길에 서서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山森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차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



* 시인은 미래 지향적 민족주의 사상을 지니고 있다. ‘뼈에 저리도록 슬픈’ 민족적 현실 속에서도 ‘푸른 산’처럼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숭고하고 거룩한 일과’로 삼고 있는 데서도 알 수가 있다.

  특히 “숭고한 일이냐”와 “기쁜 일이냐”는 슬픈 생활 속에서 다짐하는 삶의 의지를 긍정적으로 제시된 곳이라 할 수 있다.

  이 시의 망국민의 치욕적인 생활을 ‘좋다’라고 표현한 것은 반어적 표현이다. “푸른 산‘은 시적 자아를 비유한 것이고, ’별을 바라보는 것‘은 극복 의지와 삶의 긍정이라 하겠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저문 들길에 서서 시적 자아는 자신의 삶을 돌아다 보고 밝고 건강한 삶의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향해 힘차게 살아가리라고 다짐하는 시다.

  화자가 처한 현실은 고단하다. 그것은 어두워진 공간과 시간으로 표현되어 있다. 또한 그것은 일제 치하라는 암담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슬픈 현실이지만 나는 결코 연약하지는 않아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살겠다고 함으로써 푸른 별을 바라보며 밝고 희망찬 세계를 바랄 수 있는 것이다.

신석정은 초기에는 목가적 성향이 강했으나, 1930년대 후반에 들어 시집『슬픈 목가』부터는 강한 현실 인식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