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42.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높은바위 2005. 6. 28. 09:11
 

42.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  석  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지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야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새끼 마음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에는 부디 잊지 마서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즈시 타고 나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서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촐촐히 비가 나리면

  꿩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가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오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고 새빨간 능금을 또옥 똑 따지 않으렵니까?

 

                       1952. 재판 시집 ꡔ촛불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