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 절대 고독(絶對孤獨)
김현승(金顯承)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 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나의 시(詩)는.
---제4시집 「절대 고독」(1970)---
1.시작(詩作) 배경
‘孤獨’은 인간에게만 있는 인간의 특권이다.
이 시에서의 고독은 절망적인 고독이 아니다.
이를테면 ‘부모 있는 고아와 같은 고독’이며 ‘고독을 표현하는 것은 나에게는 가장 즐거운 시예술의 활동이며, 윤리적 차원에서 참되고 굳세고자 함이다.’라고 지은이는 말했다.
지은이가 부모를 든 것은 기독교를 의식한 것 같다.
아는 바와 같이 지은이는 서구적이며 기독교적인 시인이다.
그런데 고독을 추구한다는 것은 모순(矛盾)이다.
지은이는 신앙과는 별개로 노경(老境)의 경지에서 인생을 재발견하려는 집요한 추구가 ‘고독’으로 집약된 것으로 보인다.
2.시상의 전개
*제1연:본질 발견과 새로운 탄생의 ‘절대 고독’의 상태
*제2연:원숙한 경지에서의 자아의 재발견
*제3연:절대 고독에 다다른 담담한 심경
*제4연:언어의 허망함 피력
*제5연:시와 인생이 완성되는 극치의 세계
3.주제:영원한 세계에서의 새로운 자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