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215. 절대 고독(絶對孤獨)

높은바위 2005. 9. 28. 06:24

215. 절대 고독(絶對孤獨)

 

                                 김현승(金顯承)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 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나의 시(詩)는.

 

                        ---제4시집 「절대 고독」(1970)---

 

 

1.시작(詩作) 배경

 

  ‘孤獨’은 인간에게만 있는 인간의 특권이다.

이 시에서의 고독은 절망적인 고독이 아니다.

이를테면 ‘부모 있는 고아와 같은 고독’이며 ‘고독을 표현하는 것은 나에게는 가장 즐거운 시예술의 활동이며, 윤리적 차원에서 참되고 굳세고자 함이다.’라고 지은이는 말했다.

지은이가 부모를 든 것은 기독교를 의식한 것 같다.

아는 바와 같이 지은이는 서구적이며 기독교적인 시인이다.

그런데 고독을 추구한다는 것은 모순(矛盾)이다.

지은이는 신앙과는 별개로 노경(老境)의 경지에서 인생을 재발견하려는 집요한 추구가 ‘고독’으로 집약된 것으로 보인다.

 

2.시상의 전개

 

  *제1연:본질 발견과 새로운 탄생의 ‘절대 고독’의 상태

  *제2연:원숙한 경지에서의 자아의 재발견

  *제3연:절대 고독에 다다른 담담한 심경

  *제4연:언어의 허망함 피력  

   *제5연:시와 인생이 완성되는 극치의 세계

 

3.주제:영원한 세계에서의 새로운 자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