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 모순의 흙
吳 世 榮
흙이 되기 위하여
흙으로 빚어진 그릇
언제인가 접시는
깨진다.
생애의 영광을 잔치하는
순간에
바싹 깨지는 그릇
인간은 한 번
죽는다.
물로 반죽하고 불에 그슬려서
비로소 살아 있는 흙
누구나 인간은 한 번쯤 물에 젖고
불에 탄다.
하나의 접시가 되리라.
깨어져서 완성되는
저 절대의 파멸이 있다면
흙이 되기 위하여
흙으로 빚어진
모순의 흙, 그릇.
1.시작(詩作) 배경
이 시는 인간의 삶에 대한 시인의 성숙한 인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삶은 유전하는 것이며 고정되거나 머무를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곧 불교적인 緣起說 혹은 輪廻說이 깔려 있다. 이 시에서 그릇은 인간의 모양이다. 흙으로 구워진 여러 가지 모양의 그릇들은 곧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죽음이 두려워서 삶을 버린다면 인간의 삶 또한 무의미하다. 시인은 바로 이렇게 그릇에서 모순의 흙, 삶과 죽음의 양면성을 깨닫고 있다.
2.시상의 전개
*제1연-흙으로 빚은 접시의 깨어짐
*제2연-영광의 순간에 그릇이 깨어지듯 인간은 죽는다.
*제3연-인간도 물에 젖고 불에 탄다.
*제4연-깨어져 완성되는 절대 모순의 접시가 되리라.
3.주제:그릇의 깨어짐을 통해 생명의 완성을 느낌
4.제재:그릇의 깨어짐
5.표현법:수미쌍관법, 반복법, 연쇄법, 은유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