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210. 모순의 흙

높은바위 2005. 9. 23. 09:35
 

210. 모순의 흙

 

                      吳   世   榮


흙이 되기 위하여

흙으로 빚어진 그릇

언제인가 접시는

깨진다.


생애의 영광을 잔치하는

순간에

바싹 깨지는 그릇

인간은 한 번

죽는다.


물로 반죽하고 불에 그슬려서

비로소 살아 있는 흙

누구나 인간은 한 번쯤 물에 젖고

불에 탄다.


하나의 접시가 되리라.

깨어져서 완성되는

저 절대의 파멸이 있다면


흙이 되기 위하여

흙으로 빚어진

모순의 흙, 그릇.




1.시작(詩作) 배경

    이 시는 인간의 삶에 대한 시인의 성숙한 인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삶은 유전하는 것이며 고정되거나 머무를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곧 불교적인 緣起說 혹은 輪廻說이 깔려 있다. 이 시에서 그릇은 인간의 모양이다. 흙으로 구워진 여러 가지 모양의 그릇들은 곧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이다. 죽음이 두려워서 삶을 버린다면 인간의 삶 또한 무의미하다. 시인은 바로 이렇게 그릇에서 모순의 흙, 삶과 죽음의 양면성을 깨닫고 있다.


2.시상의 전개

  *제1연-흙으로 빚은 접시의 깨어짐

  *제2연-영광의 순간에 그릇이 깨어지듯 인간은 죽는다.

  *제3연-인간도 물에 젖고 불에 탄다.

  *제4연-깨어져 완성되는 절대 모순의 접시가 되리라.


3.주제:그릇의 깨어짐을 통해 생명의 완성을 느낌


4.제재:그릇의 깨어짐


5.표현법:수미쌍관법, 반복법, 연쇄법, 은유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