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강에서
全 鳳 健
바람 불면
임진강으로 가서
못 건너는 강건너
북쪽땅 산자락
내 집을 보았습니다.
발돋움하고 보았습니다.
그러기를 30년
이제는 나이 들어 흐린 눈
바람 불면 임진강으로 가서
못 건너는 강 건너 북쪽땅 산자락
내 집으로 부는 바람의
허연 뒷덜미나 보고 앉았습니다.
시퍼렇게 살갗 튼 발뒤꿈치나 보고 앉았습니다.
--- 시집 「북의 고향」 (명지사, 1982) ---
1. 시작(詩作) 배경
전봉건 문학의 특징 중의 하나는 민족 분단에 대한 강력한 시사성(時事性)을 견지(堅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자신이 휴전선의 직접적 피해자요, 희생자의 한 사람이기도 한 전봉건은 이산 가족의 고통을 노래함으로써 이 시대를 사는 겨레의 비원을 대변하는가 하면, 6.25동란의 비극적 현장도 생생한 목소리로 보여준다. 이 시에서는 북녘에 고향을 두고온 失鄕民의 처절한 심경이 서정성을 잃지 않고 표출되고 있다. 그것은 30년 통곡을 삼킨 자의 인고(忍苦)와 극기(克己)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러기 때문에 내면적 울림 더욱 강렬하게 느껴진다.
2. 주제: 분단의 슬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3. 제재: 분단의 고통
4. 시어(詩語)의 의미
*발돋움하고 보았습니다: 고향을 그리는 간절한 마음
*내 집으로 부는 바람: 시인의 鄕愁이며, 통일을 향한 겨레의 비원(悲願)
*바람의 허연 뒷덜미: 겨레의 상처, 아픔
*시퍼렇게 살갗 튼 발뒤꿈치:겨레의 상처, 아픔
5. 특징
임진강에서 더 갈 수 없는 북녘 땅, 내 고향을 바라보면서 겨레의 상처만을 보고 앉았다는 상황은 생략된 효과를 줌과 동시에 분단의 고통을 고발한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