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207. 유리창 1

높은바위 2005. 9. 20. 09:52
 

207. 유리창 1


                     鄭    芝    溶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아도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琉璃)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山)새처럼 날아 갔구나!


                    --- 「조선지광」(1930.1) ---



1.시작(詩作) 배경

  정지용의 시풍은 참신한 이미지의 추구와 절제된 시어의 선택에 있다. 이 시에서는 죽은 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극도의 절제된 감정과 비정하리만큼 차가운 객관주의로 표현하고 있다.


2.시상의 전개

  1)유리창에 어린 영상

  2)창 밖의 밤 풍경

  3)서정적 자아의 상실감


3.주제:자식을 잃은 슬픔과 그리움


4.제재:유리창에 서린 입김


5.성격:상징적, 회화적, 감각적


6.표현 특색

  1)선명한 이미지와 감각적 시어의 선택

  2)감정의 대위법에 의한 정감의 절제


7.시어의 풀이

  *유리창:서정적 자아를 그리워하는 대상과 단절시키면서, 동시에 별(죽은 아이의 영혼)과 영상으로 대면하게 한다.

  *언 날개:입김 자국을 가냘픈 새에 비유

  *별과 새:죽은 아이의 영혼


  *외로운 황홀한 심사:슬프고 외로운 감정과 차갑고 황홀한 감정이 대비되는 ‘감정 대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