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31. 강강술래

높은바위 2005. 7. 27. 06:15
 

131. 강강술래

 

                              이 동 주

 

  여울에 몰린 은어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 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 레에

  목을 빼면 설음이 솟고 ---


  백장미 밭에

  공작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뇌두리에 테프가 감긴다.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기폭이 찢어진다.

  갈대가 스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

 

                  1955. ꡔ강강술래ꡕ

 

* 강강술래를 제재로, 원무를 추고 있는 규합적인 공동성, 도취성 및 역동성을 그린 작품이다. 시각적인 회화성과 청각적인 음악성을 혼합하여 강강술래의 민족적인 미와 恨을 표현하고 있다.

  둥근 달 아래 손을 잡고 돌아가는, 소녀들의 강강수월래 춤을 회화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시를 읽노라면 꿈과 현실이 한 자리에 어울린 양 환상적인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완만하게 객관적인 위치에서 다루어 나가다가 ‘뛰자 ……’부터는 급템포로 바뀌어 역동적인 긴박감과 힘이 분출되어, 마침내 작가 자신도 혼연 일체가 되어 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