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시 감상

132. 歸 路

높은바위 2005. 7. 27. 06:17
 

132. 歸   路

 

                       이 형 기

 

  이제는 나도 옷깃을 여미자

  마을에는 등불이 켜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복된 저녁상을 받고 앉었을 게다.


  지금은

  이 언덕길을 내려가는 시간,

  한오큼 내 각혈의

  선명한 빛깔 우에 바람이 불고

  지는 가랑잎처럼

  나는 이대로 외로워서 좋다.


  눈을 감으면

  누군가 말없이 울고 간

  내 마음 숲 속 길에


  가을이 온다.


  내 팔에 안기기에는 너무나 박찬

  崇嚴한 가을이

  아무데서나 나를 향하여 밀려든다.

 

                       1954. 문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