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미국

헨리 찰스 부코스키(Henry Charles Bukowski)

높은바위 2023. 3. 25. 07:40

 

끝까지 가라(주사위를 굴려라)

 

시도하려면, 끝까지 가라.
아니면, 
시작조차 말아라.​

시도하려면, 끝까지 가라.
그건 여자친구, 아내, 친척, 일자리를 
잃게 됨을 
의미할 수도 있다,
아니 네 마음까지도.  

끝까지 가라.
그건 사흘, 나흘 굶을 수도 있고,
공원 벤치에 떨고 있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감옥을 의미할 수도 있고,
조롱과 비웃음,
고독을
의미할 수도 있다.
고독은 선물이다.
다른 모든 것들은 
너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일 뿐,
네가 얼마나 진정으로 
그걸 원하는지.
넌 할 것이다
망설임과 최악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그건 네가 상상하는
그 어떤 것보다
좋을 것이다.​

시도하려면, 
끝까지 가라.
다른 어디에서도
그 감정을 느끼지 못하리라.
너만 홀로 신과 함께 있고,
밤은 불처럼 타오르는.​

해라, 해라, 해라,
해라.​

끝까지 가라
끝까지 가라.​

네 인생을 운행하여
완벽한 웃음으로 이끌어라,
그것만이 이 세상에 있는
가장 훌륭한 승부이니.

 

 * * * * * * * * * * * * * * 

 

go all the way(roll the dice)

 

If you’re going to try, go all the 
way.
otherwise, don’t even start.​

if you’re going to try, go all the 
way.
this could mean losing girlfriends,
wives, relatives, jobs and
maybe your mind.​

go all the way.
it could mean not eating for 3 or 4 days.
it could mean freezing on a
park bench.
it could mean jail,
it could mean derision,
mockery,
isolation.
isolation is the gift,
all the others are a test of your
endurance, of
how much you really want to
do it.
and you’ll do it
despite rejection and the worst odds
and it will be better than
anything else
you can imagine.​

if you’re going to try,
go all the way.
there is no other feeling like
that.
you will be alone with the gods
and the nights will flame with
fire.​

do it, do it, do it.
do it.​

all the way
all the way.​

you will ride life straight to
perfect laughter, it’s 
the only good fight
there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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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원제목은 "주사위를 굴려라" (Roll the dice)이다. 

"끝까지 가라" (Go all the way)라는 제목은 본문에 이 구절이 들어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말고, 용기를 갖고 최선을 다하라는 긍정적인 뜻으로, 시의 주제를 잘 나타내기 때문에 나중에 붙여졌다.​


"주사위를 굴려라"라는
​도박꾼의 심경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첫째 연에서, 도박을 하려면 모든 것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아예 시작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둘째 연에서, 도박의 무서움을 말하고 있다. 여자친구, 아내, 친척, 일자리를 잃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마음까지 황폐해져 폐인이 됨을 경고하고 있다.​

셋째 연에서는 두 가지 메시지를 주고 있다. 전반부는 도박이 가져올 폐해로 생계 곤란, 노숙, 심지어 범죄까지, 그리고 타인들의 조롱, 비웃음, 사회적 고립(isolation)을 겪을 것이다.​

후반부에는 긍정적인 면을 제시하고 있다. 

고립과 고독은 오히려 선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이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다 걸고 전념해 나갈 진정한 용기가 있는지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글 쓰는 일에 인생을 걸며 온갖 희생을 감수할 수 있겠는가 하고, 시인 본인의 의지와 신념을 묻는 것이다. 

넷째 연에서, '시도하려면, 끝까지 가라'라고 시인에게 재차 권고하고 있다. ​

글을 씀으로써 다른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황홀한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말한다. 

마치 '신과 홀로 마주 대하고 있고, 밤의 암흑이 온통 불타오르는' 듯할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다섯째, 여섯째 연에서, '하라'와 '끝까지 가라'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

'해라' (do it)를 네 번 반복하고, '끝까지 가라' (all the way)를 두 번 반복하면서,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려고 독려하고 있다.​

일곱째 연에서, 시인은 결국 자기가 선택한 것이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믿고, 승부를 걸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 차일피일 블로그님의 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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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찰스 부코스키(Henry Charles Bukowski, 1920년 8월 16일 ~ 1994년 3월 9일)는 1920년 8월 16일 독일 안더나흐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건너갔고 로스앤젤레스에서 평생을 살았다.

독일계 미국 시인 부코스키는 '빈민가의 계관시인', '언더그라운드의 전설'로 불린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현대 시인 중 한 명이다.
 
부코스키는 평생을 잡역부, 철도 노동자, 트럭 운전사, 경마꾼, 주유소 직원을 전전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중충하고 평범한' 일만 했다.

솔직한 문장과 직설적인 표현이 담긴 그의 소설과 시는 미국 하층 노동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1994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권의 시집과 6편의 장편소설, 10권이 넘는 산문집을 펴냈다.
 
최근 국내에 '부코스키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시집과 소설집이 대량 번역, 출판되고 있다.

출판계가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음을 감안하면 놀랍다.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이상 민음사 刊), 《고양이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글쓰기에 대하여》(시공사), 《우체국》 《호밀빵 햄 샌드위치》 《여자들》(열린책들),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모멘토) 등이 최근 2년 사이 국내 소개된 부코스키 책들이다.

그의 책이 이처럼 인기가 많은 이유는 뭘까.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를 번역한 설준규 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바닥까지 털어놓음으로써 친밀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통속소설 주인공처럼 영웅적인 늠름함을 잃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묘비엔 'Don’t Try'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무슨 뜻일까. 생전 부코스키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애쓰지 마라. 이 점이 아주 중요하다. 기다려라.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면 좀 더 기다려라. 그건 벽 높은 데 있는 벌레 같은 거다. 그게 너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려라. 그러다가 충분히 가까워지면 팔을 쭉 뻗어 탁 쳐서 죽이는 거다."
 
어쩌면, '애쓰지 마라'는 그의 말이, 혼란스러운 이 시대를 건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