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혼백
피난길은 험난했다.
아침을 해결하고 나면
다음 끼니를 걱정해야했고,
골목마다 지켜선 징병(徵兵)의 눈초리는
인정사정없었다.
그러나 일부 층의 아이들은
환호(歡呼)의 색지를 날리며
후방으로 국외(國外)로
구원의 나래를 펴던 반목(反目)
이 땅 어느 역사 속에
그런 반목이 남아있었는지.
불만을 늘어놓으면
불순분자로 제쳐놓던
한 시대를 숨 막히게 하던 오류,
권좌에 저들은
끝내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
눈감으면 불 꺼진 마을의
어둠이 따라서고
소백산맥을 짚어보면
총상 입은 흔적은 함묵(緘黙)의 고요,
잠 못 드는
혼백의 숨결로 남아
그 날의 면면을 떠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