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이상은(李商隱)

높은바위 2015. 8. 8. 08:02

 

                         금슬(錦瑟)  비단 무늬 슬

 

錦瑟無端五十絃(금슬무단오십현)                    비단 비파는1) 까닭 없이2) 쉰 줄이라,3)

一絃一柱思華年(일현일주사화년)                    그 한 줄과 한 받침에4) 지난 젊은 시절5) 생각나네.

 

莊生曉夢迷蝴蝶(장생효몽미호접)                    장자는6) 새벽꿈에 나비 되어7) 헤매었고,

望帝春心託杜鵑(망제춘심탁두견)                    촉의 망제는8) 춘심을 두견새에 붙이었다지.

 

滄海月明珠有淚(창해월명주유루)                    창해에 달 밝으면 진주는 눈물 흘리고,9)

藍田日暖玉生煙(남전일난옥생연)                    서왕모 사는 남전에10) 해 따뜻하니 옥이 연기 되었다지.11)

 

此情可待成追憶(차정가대성추억)                    이런 생각이야 가히 추억이 되리오마는,

只是當時已惘然(지시당시이망연)                    다만 아내가 살았을 적 일도 이미 흐리멍덩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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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슬(瑟) : 비파 비슷한 현악기(絃樂器).

앞쪽은 오동나무, 뒤쪽은 엄나무로 만들어 25줄을 매었음.

그 동체에 비단결 같은 무늬가 있는 현악기.

흔히 비파나 거문고를 말하기도 함.

 

2) 무단(無端) : 단서를 찾아볼 수 없음. 뜻밖에. 까닭이나 이유가 없음.

 

3) 오십현(五十絃) : 슬 악기의 쉰 줄.

슬은 본디 50현인데 그 소리가 구슬프다 하여 23현으로 줄였다는 설이 있음.

絃은 ‘악기 특히 현악기의 줄’임.

 

4) 주(柱) : 기둥. 현악기의 줄을 버티는 받침대.

 

5) 화년(華年) : ① 소년 시절의 꽃다운 나이. ② 예순 한 살(61세). 華甲(화갑). 여기서는 ①의 뜻임.

 

6) 장생(莊生) : 장자(莊子).

전국시대 초(楚)의 몽(蒙) 사람. 자 주(周), 자휴(子休)라는 설도 있음.

10만 자가 넘는 저술을 했고 만물일원론(萬物一元論)을 주장했음.

당(唐)의 현종(玄宗) 때 남화진인(南華眞人)이라 호를 주어 그의 저서 ‘장자(莊子)’를 ‘남화진경’이라고도 함.

 

7) 미호접(迷蝴蝶) : 나비가 되어 헤맴.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니 유쾌했지만, 자기가 장자인 줄 알지 못했고 꿈을 깨니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지 나비가 꿈에 장자로 되었던 것인지 분간 못 하겠더라 했음.

이를 ‘장생호접몽(莊生蝴蝶夢)’이라 함.

 

8) 망제(望帝) : 촉(蜀) 나라 임금 두우(杜宇)가 신하 별령(鱉靈)에게 왕위를 내어 주고 서산(西山)에 은신하여 望帝라 일컫고 두견새[소쩍새]로 화했다고 함. <촉왕본기(蜀王本紀)>

 

9) 월명주유루(月明珠有淚) : 달 밝으면 진주(眞珠)가 눈물을 흘림.

진주는 달이 차면 온전해지고 달이 기울면 이지러진다고 함.

또 인어(人魚)의 눈물이 결정(結晶)되어 진주가 된다고도 함.

 

10) 남전(藍田) : 선녀 서왕모(西王母)가 사는 옥산(玉山)으로 옥의 명산지임.

 

11) 옥생연(玉生煙) : 옥이 연기로 됨.

오(吳) 나라 임금 부차(夫差)의 딸 자옥(紫玉)이 시복 한중(侍僕 韓重)을 사랑했으나 왕이 허락하지 않아 애태우다가 죽은 뒤에 옥이 되어 따뜻한 볕에서 연기로 화하여 사라지더라 하는데, 신선 궁전에서 잔심부름을 했다고도 함. <녹이전(錄異傳)>

 

 

 

* 이상은(李商隱 : 812-858)은 자는 의산(義山)이며, 호는 옥계생(玉谿生)이다.

그는 만당(晩唐)의 유미(唯美)문학을 대성시킨 시인이다.

당시(唐詩)는 그 찬란한 전성기였던 성당(盛唐)을 지나 중당(中唐)에 들어와서는 백거이로 대표되는 평이한 시, 한유를 중심으로 하는 난삽한 시의 두 갈래로 흐르다가, 만당에 이르러서는 유미주의로 흘렀다.

 

시의 격조는 일반적으로 극히 섬세화되고 그 내용은 낭만적이고 때로 퇴폐적인 색체가 농후하게 된 것이다.

원칙적으로 정치적이었던 성당의 시인에게는 정면으로 대처되지 않았던 인간의 비정치적 측면, 예컨대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한 강한 관심이 나타났다.

 

형식적으로는 절구(絶句)와 율시(律詩)가 당시 시의 정수로서 의식되었고 시인들은 화려한 표현, 그리고 정교한 대구에 그 재능을 걸었다.

이들 시인 가운데 두목(杜牧)은 절구에, 이상은은 율시에 가장 뛰어났다.

 

이상은의 시는 난해한 것으로 유명하다.

금(金)나라 문호 원호문(元好問)도 일찍이 그의 시에 주석이 없는 것을 한탄했을 정도다.

그는 너무나 많은 전고(典故)를 썼으며 또 그 전고도 괴상한 것이 많았다.

중국시에 있어 전고는, 대개 <논어(論語)>·<장자(莊子)>·<사기(史記)>·<한서(漢書)> 등에 나타나는 어휘는 인물의 사적이 보통이지만, 그는 어떠한 패사(稗史)나 소설(小說)도 가리지 않았다.

 

당나라 문화가 붕괴되는 시기에 태어난 이상은은 기성 가치를 믿지 않았다.

그는 권위 있는 경전이나 통속적인 소설을 평등하게 보았으며, 이러한 눈은 또 현실의 세계와 환영의 세계, 과거와 현재, 그리고 유교·불교·도교에 대해서도 일관한 것이었다.

 

<금슬(錦瑟)>은 죽은 아내가 남긴 비단 무늬가 새겨진 슬 악기를 보고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읊었다.

‘아내가 살았을 때 켜던 슬의 쉰 줄과 그 받침대 하나하나마다 지난날 아내가 살았을 때의 청춘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의 나는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혼미하던 그대로요, 망제가 임금 자리를 내어주고 두견새에 마음을 의탁하던 심정과 같은 상태이다.

아내 또한 보름밤이면 눈물 흘리는 진주가 되어 있거나, 남전의 옥이 연기되어 사라지듯 신선 세계에 들어가 있으리라.

이런 부질없는 생각이 어찌 추억이라 할 수 있으랴마는, 아내가 살았던 그 당시의 일도 흐리멍덩해지니 나는 이미 늙어버린 것이다.’

함련(頷聯, 3~4구)과 경련(頸聯, 5~6구)은 각각 좋은 대구(對句)요, 고사의 적절한 활용이라 하리라.

 

7언율시(7言律詩)로서, 압운은 絃, 年, 鵑, 煙, 然 자로 평성 ‘선(先)’ 평운이다.

평측은 차례로 ‘仄仄平平仄仄平, 仄平仄仄仄平平, 平平仄仄平平仄, 仄仄平平仄仄平, 平仄仄平平仄仄, 平平仄仄仄平平, 仄平仄仄平平仄, 仄仄平平仄仄平’으로 이사부동이륙대(二四不同二六對)와 반법, 점법(反法, 粘法) 등이 7律 염(簾)에 잘 맞는 가작(佳作)이다.

                                                                              (한시작가작품사전, 국학자료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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