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싯귀[名詩句]와 명구(名句) 모음집/너-그것

우울이

높은바위 2015. 11. 15. 08:11

 

 

 

 

우울이 길게 몸을 끌고 나타날 때가 있네

이런 날 아침 식사는

나무 젓가락이 어울려

나무 젓가락을 사용하면

다시 푸른 나무로 회복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큼해

 

어린 시절

개울가 버드나무랑 미류나무랑

미끄럼 타던 이슬방울이랑

피래미 몰고 가던 가을 햇볕이랑

거친 나무토막에서

화석처럼 떨어지던

청설모의 어지러운 발자국까지

날 찾아오니 얼마나 좋은지

시인은 가끔

나무 젓가락을 타고

세상을 건너기도 한다네

 

(윤향기 시집 ‘엄나무 명상법’ 중 ‘나무 젓가락을 타고’ 전문)

 

 

이경아 - 맑은 소리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