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 길게 몸을 끌고 나타날 때가 있네
이런 날 아침 식사는
나무 젓가락이 어울려
나무 젓가락을 사용하면
다시 푸른 나무로 회복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큼해
어린 시절
개울가 버드나무랑 미류나무랑
미끄럼 타던 이슬방울이랑
피래미 몰고 가던 가을 햇볕이랑
거친 나무토막에서
화석처럼 떨어지던
청설모의 어지러운 발자국까지
날 찾아오니 얼마나 좋은지
시인은 가끔
나무 젓가락을 타고
세상을 건너기도 한다네
(윤향기 시집 ‘엄나무 명상법’ 중 ‘나무 젓가락을 타고’ 전문)
이경아 - 맑은 소리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