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우거지와 시래기

높은바위 2023. 1. 10. 06:31

 

겨울철이면 김장김치와 밥상 위에 자주 등장하는 '우거짓국'과 '시래깃국'... 
 
한겨울 부족한 영양소를 채워주는 칼슘과 비타민 A, C, B1, B2 등이 풍부한 식재료죠.
 
'우거지'는 푸성귀류 채소의 걷어내진 윗부분이나 겉 부분을 가리킵니다.
 
 
어원에 의거하여 설명하자면 '웃+걷(다)+-이'가 되며, 따라서 '우거지'는 '웃자란 것이나 위에 있는 것을 거둔 것'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래서 거의 사멸한 표현이지만, 원래 장이나 젓갈의 과발효된 윗부분을 걷어낸 것도 '우거지'라고 불렀습니다.
 
 
'시래기'는 어원이 분명치 않으나, 우리말 어원을 연구해온 최창렬 전북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무·배추를 다듬고 남은 부스러기 이파리'라는 뜻으로, '사라지다'의 고어인 '슬어지다'의 어근 '슬-[鎖]+-아기(접사)'에서 온 말로, '시락이'에서 '시래기로 변화를 거쳤다고 한다는군요.
 
'우거지'와 '시래기'는 각각 채소의 자투리 부분을 따로 활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나, '시래기'는 무청 혹은 배추 겉잎 부분을 생으로 아니면 삶은 후 말린 형태이고 '우거지'는 푸성귀류, 예를 들어 배추를 손질하며 나온 겉잎 부분 자체를 뜻합니다.
 
그러나 실제 용례를 보면 무청 말린 것은 '시래기', 배춧잎 겉대 말린 것을 '우거지'라고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거지'는 대개 새끼줄에 꿰어서 볕에 말려 국 끓일 때 쓰거나 나물로 무쳐 먹거나 하고요.

이밖에도 소금간만 해서, 김치를 담근 후 맨 위에 골고루 덮어놓아 김치의 발효를 돕기도 하는데, 그렇게 익은 '우거지' 또한 별미인지라 국을 끓이거나 만두를 해서 먹기도 합니다.

지금은 소뼈를 곤 국물에 '우거지'를 넣고 끓인 '사골 우거짓국'이 대중적인 음식으로 사랑을 받고 있지요.

한편 잔뜩 찌푸린 얼굴을 표현할 때 그 모습이 마치 햇볕에 말린 '우거지'를 닮았다고 하여 '우거지상'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