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미국

오션 브엉(Ocean Vuong)

높은바위 2023. 11. 26. 07:44

 

총상으로서의 자화상

 

대신, 이것이 빗소리가 가린 모든 발자국의

메아리가 되게 하고, 가라앉은 배에 내던진

 

이름처럼 공기를 마비시키고, 도로에 묻힌

뼈들을 잊으려 도시의 부식과 쇠를 지나

 

케이폭 나무껍질을 흩뿌리고, 연기와 부르다 만

찬송가에 병든 난민 캠프를 지나,

 

할머니 Baa Ngoai의 마지막 촛불로 밝힌, 검게 녹슨

판잣집, 형제로 오해해 붙든 돼지의 얼굴들을 지나,

 

아무도 기억 못 하는 승리를 위한 증언으로

하얀 원더 브레드 식빵과 마요네즈를 갈라진 입술에

 

갖다 대는 이들의 방, 오직 웃음만으로 장식된,

눈발 덕에 환해진 방에 진입하길, 생선 내장과 말보로

 

냄새가 휘감은 아버지의 팔에 들어 올려진 갓난

아기의 상기된 볼을 스치길, 존 웨인의

M16으로 쓰러지는 또 한 마리 갈색 동양놈들을 보며

화면에서 불타는 베트남을 보며

 

환호하는 모두의 귓속에서 흘러내리게 하라, 깨끗하게,

약속처럼, 소파 위 반짝이는 마이클 잭슨 포스터를

 

뚫기 전에, 자신과 같은 코를 가진 모든 백인 남자가 제

아버지라고 믿을 준비가 된 혼혈 여자가 서 있는

 

슈퍼마켓으로 침투해, 그녀의 입속에서 잠깐

노래 부르게 하고, 그녀를 토마토소스 병과 파란색

 

파스타 상자 사이에 눕혀, 짙은 빨간색 사과가

그녀의 손에서 구르게 하고, 하느님이 주기를 거부한

 

마지막 영성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달을 응시하는

남편의 감방에도 침투해, 우리가 서로에게 주는 방법을 잊은

 

키스처럼 그의 턱을 치고, 1968년 하롱베이로

쉬익 날아가길 - 하늘을 불로 바뀌고, 죽은 자만

 

하늘을 울러러보고, 그의 군용 지프차 뒷자리에서 임신한

시골 여자를 박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네이팜이

폭발하는 광풍에 노란 머리가 나부끼는 그자에게 닿길.

그의 미래 딸들이 자라날 먼지에 그를 꽂아버리고,

 

그들의 소금과 고엽제로 물집이 난 손가락으로

그의 올리브색 군복을 찢게 하고, 그의 목에서

 

대롱대는 이름을, 살아 살아 살아 그 말을 다시 배우기 

위해 그 이름을 쥐어 잡고 그들의 혀에 누르고 -

 

하지만 이걸로도 모자라면, 이 죽음의 광선을

제 딸의 갈비뼈에 너덜거리는 살점을 도로 꿰매는 눈먼

 

여자처럼 내가 짜게 하라. 그래 - 이 소총을

장전하기 위해 내가 태어났다고 믿게 해 달라,

 

미끈하고 매끄럽게, 진정한 찰리*처럼, 빗소리에

흐릿해진 귀신들의 발자국처럼 가늠자 안으로 몸을 낮춰 - 기도한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기를.

 

* 미군은 남베트남 인민해방군을 찰리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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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션 브엉(Ocean Vuong, 1988년 10월 14일 ~ )은 베트남계 미국인 시인, 수필가, 소설가이다.

브엉은 미국의 가장 주목받는 젊은 시인이자 퀴어 작가이다.

1988년 베트남 호찌민 시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뉴욕시립대학교 브루클린 칼리지에서 19세기 영문학을 공부했고, 첫 시집 《관통상이 있는 밤하늘》(2016)을 출간하면서 등단했다.

첫 시집으로는 드물게 T.S. 엘리엇 상, 화이팅 상, 톰건 상, 포워드 상을 수상했으며, 뉴욕타임스, 뉴요커, 가디언, NPR 등 영미권 16개 주요 매체에서 뽑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그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 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은 시집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3년 뒤,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첫 소설 《지상에서 우리는 잠시 매혹적이다》(2019)로 다시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폭력의 시대를 관통해 온 가족사와 트라우마, 그 속에서 짧게 꽃피는 희망의 순간들을 아름다운 언어로 그려낸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19개국에 판권이 계약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현재 매사추세츠 주 애머스트 캠퍼스에서 시인과 작가를 위한 MFA 과정 조교수로 있으면서, 뉴요커, 뉴욕타임스 등의 매체에 글을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