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하지도 않은, 그리고 전혀 관련도 없는 나쁜 일에 얽히게 돼서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아주 사소한 오해로 생긴 것이 생각지도 않게 너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때도 있는데요.
이럴 때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에이, 괜히 엄한 사람만 잡을 뻔했네."
"엄한 사람 잡지 말아라."
생 사람 잡지 말아라... 이런 뜻이죠.
하여튼 이럴 때의 '엄한'이란 말인데요, 사실 이 말이 틀린 말입니다.
'엄한'은 '애먼'이 바른말이고, 경상도 사투리로 '어먼, 어만'으로 쓰이고, 전라도 사투리로는 '엄한, 애만'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애먼'을 사전에서 찾아보니까 '일의 결과가 다른 데로 돌아가 억울하게 느껴지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쓰입니다.
그러니까 '엄한 사람 잡지 말라'에서 '엄한'은 '애먼'의 잘못된 표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애먼'은 '애먼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다', '애먼 징역을 살다' 등으로 말하거나 써야 옳은 말을 한 겁니다.
그리고 '앰한'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앰한 사람'이 맞냐 '애먼 사람'이 맞냐 하는 문제는 좀 더 논의가 있어야 할 듯합니다.
기존의 모든 사전에 '앰하다'가 실려 있고, 이 말의 용례로 '앰한 사람 잡지 마라' 등의 용례가 있기 때문인데요.
물론 이 말과 함께 '애먼'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기존 사전에서의 이런 처리는 '앰한(애매한)'과 '애먼(억울하게 느껴지는)'의 의미에 차이가 있어 두 개를 모두 올려놓은 것인지, 아니면 '애먼'이 '애매한'의 준말 '앰한'에서 온 말이기는 하지만 원래의 말에서 멀어져 굳어진 것으로 두 개 모두를 인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앰한'과 '애먼'의 차이를 굳이 밝힌다면 '앰한 사람 잡지 마라'는 '죄를 지었다고 말하기 애매한 사람을 잡지 마라'라는 뜻이고, '애먼 사람 잡지 마라'는 '죄를 받기에는 억울한 사람을 잡지 마라'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꼭 염두하시고, '엄한 사람 잡지 마라'에서 '엄한'은 틀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