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어머니와 아들

높은바위 2024. 8. 2. 08:15

 

보름달이 뜬 깊은 밤, 멀리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어머니를 등에 업은 아들은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 때문에 몇 번이나 발을 헛디뎠다.

등에 업힌 어머니는 잠이 들었는지 아무 기척이 없었다.



늙은 노인을 산에 갖다 버리라는 국법을 따르기는 하지만, 분하고 원통해서 그대로 주저앉아 통곡이라도 하고 싶었다.

산중턱을 지나자 얼마 전부터 눈여겨봐두었던 조그만 바위굴이 나왔다.

아들은 그 안에 들어가 마른풀을 쌓은 한쪽에 어머니를 눕히고 작은 이불을 어깨를 덮어 드렸다.

그러자 또 눈에서 눈물이 어른거렸다.



"얘야, 어서 돌아가거라. 밤이 깊었구나."

어머니가 염려하며 나직이 말하자 아들은 무릎을 꿇고 입을 열었다.

"어머니, 이틀에 한 번씩 양식을 가지고 들르겠으니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괜찮다. 애들 먹일 양식도 부족할 텐데...

걱정 말아라. 내가 알아서 산열매나 나무뿌리를 찾아 먹으마."

어머니의 눈에도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아들은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가 없어 어머니에게 인사하고 막 동굴을 나가려고 했다.

그때, 어머니가 아들을 부르더니 주머니에서 헝겊에 꼬깃꼬깃하게 싼 뭔가를 내밀어 손에 꼭 쥐어 주었다.

그것은 아내가 저녁마다 어머니의 간식거리로 드렸던 누룽지였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했다.

"얘야, 나를 업고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산을 내려가면서 먹으려므나, 게다가 넌 오늘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했잖니."

아들은 어머니 앞에 엎드려 오래도록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