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이는 사람
반 정도 짓다 만 집들 너머로
밤이 오고 있다. 목수들이
지붕 위에 서있다. 망치질을 마친 후의
고요한 시간
도르래는 느슨하게 멈추어 있다.
경사진 지붕 바닥 위의
거인들, 지붕 이는 사람들
그들의 머리 위에서 막 부서지려고 하는
어둠의 물결, 사람들의 모습들이
커다랗게 확대되어 지나가고
불타는 바닥 위에 그림자를 던지는
하늘은 찢긴 돛이다.
지붕 위에 있는 그들이 나는 좋다.
노출되어 실물보다 더 큰 몸으로
내 목을 꺾어버리기 때문에.
무한정의 힘을 들여
내가 그 아래서 살 수 없는 지붕을
얹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일까?
-그 모든 설계도
공백을 메우고
자로 재고, 계산하는 일들도?
내가 택하지도 않았던 인생이
나를 택했다. 내 연장들 마저
내가 해야 할 일에
맞지 않는 것이다.
나는 가리개 하나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지붕과 지붕을 건너 피해 다니는
벌거숭이
남들과 다른 그림자를 비추며
등불 아래
크림색 벽지에 기대고 앉아서
-냉담하지 않고-
지붕과 지붕을 건너 피해 다니는
어느 벌거숭이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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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드리안 세실 리치(Adrienne Cecile Rich, 1929년 5월 16일 ~ 2012년 3월 27일)는 미국의 시인, 수필가, 비평가, 페미니즘 사상가이자 운동가였다.
1929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태어났고, 1951년 하버드대학교 래드클리프대학 졸업과 함께 첫 시집 《세상 바꾸기》로 ‘예일 젊은 시인상’을 받았다.
밝은 미래가 예견되는 작가로 주목받았지만, 돌연 1953년 결혼을 택했다.
이후 세 명의 아들을 낳아 키우며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공간”을 잃는 고통을 경험했다.
1960년대 여성운동을 통해 가부장제의 실체를 깨닫고 레즈비언 정체성 탐구에 몰두하면서, 그의 삶과 문학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
시집 《공통 언어를 향한 꿈》 《문턱 너머 저편》 《변화에의 의지》 《난파선 속으로 잠수하기》 등 20여 권, 산문집 《거짓말, 비밀, 그리고 침묵》 《여성으로 태어남에 대하여: 경험과 제도로서 모성》 《가능성의 예술》 등 6권을 남겼다.
특히, 그의 산문에는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한 도덕적 열정, 정치적 예리함이 짙게 드러난다.
시인이면서 동시에 ‘사고하는 운동가’로서 여성 작가들의 문학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보기’했으며, 여성의 자기 인식 필요성, 모성 신화 해체를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특정 종교, 백인 우월주의, 이성애 중심주의에 맞섰다.
특히 역사적(?), 학문적으로 가려졌던 레즈비언 존재를 드러내는 데 주목했으며, 그들의 저항과 성적 유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레즈비언 페미니즘 사상을 펼쳤다.
2012년 3월, 82세에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