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추억
그이는
한 올의 머리카락을
달라고 하셨네.
나는 숲 속의 요정처럼
옛날의 공주처럼
어깨와 무릎으로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머리를 가지고 있었네.
아낌없이
한 줌의 머리칼을
잘라서 드렸네.
그리고
잘라진 곳은
리본으로 매어 두었네.
나는
어처구니없는
수줍기만 한
비구니와 같은 소녀
그이는
정답고 부드러운
조용한 젊은이
식을 올릴 때까지
손가락을 건드리지 않고
키스도 하지 못했던
겁 많은 우리들
그이는
윤기 빛나는 나의 검은 머리를
얼마나
사랑해 주셨는지 모르네.
지금
나의 그 검은 머리는
아이들에게 말리어
늦가을처럼
쇠약해 가고만 있네.
그럴 때면
빨간 무늬가 들은
상자를 열고서
한 줌의 싱싱한 머리카락을
향긋한 젊음을
실컷 마셔나 보네.
그리고 그이는
조용히
담배연기를
내 뿜고만 계시네.
* 옛날 결혼하기 전에,
연애하던 시절의 아주 소박하고 순진했던 사랑의 자태를 추억하면서,
오늘은 어린이에게 매어달려,
메말라져 가고 있는 쓸쓸한 고독감을 나타내고 있다.
백련가(百戀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