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일본

혼다 히사시

높은바위 2023. 2. 23. 07:09

 

        

 

  그 배는 이미

  항구마다, 아니다

  그 바다 자체에서조차 거절당했다

 

  그 배는 이미

  푸르게 넘실대는 바닷물에 잊혀져

  활 모양의 수평선에 버려졌다

 

  그리고 지금은 이미 그 사람의

  슬픈 기억의 바다에 떠 있고

  돛대는 묶여 있다

 

  그 배는 이미

  배를 벗어난 배

  이름을 명사로서 부를 수 없는 배

 

  어쩌면 그 사람의

  새가 되고 싶다는 상념을 닮은 모습

  혹은 머무를 수 없는 비망(非望)

 

  그럼에도

  쇠퇴한 별빛을 쌓아둔 채

  바람을 기다리고 있다

 

  바다에서 태어나 저 멀리

  바다를 초월한 바다로 향하는

  배 한 척

 

 * * * * * * * * * * * * * *  

 

혼다 히사시는 1947년 큐슈 미야자키 현(宮崎縣)에서 태어나 26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제1회 이토세이유 상과 제42회 H씨상, 제47회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지은 책으로 <피뢰침>, <과수원>, <불의 관>, <가시>, <재와 불과 수목과 그림자와>, <햇빛의 정원-무한대화>, <시에서 시로>, <돌 아래 귀뚜라미-시인 와타니베 슈조의 세계>, <작은 여운-시와 일상과> 등이 있다.

 

혼다 히사시는, 전통 정형 시가인 '하이쿠'나 '단카'에 밀려 독자들로부터 유리된 채 서점의 한 구석 좁은 공간을 겨우 차지하며 일본 현대 자유시의 위의를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 일본 현대 자유시의 상징적인 시인이다.


혼다 히사시는 그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였으며 제주도 '사색의 정원'에는 그의 시비가 건립되어 있다.

일본의 권위 있는 '일본 현대시인회'상을 수상했고,《시인세계》 등 한국시단의 전문 시잡지에 자주 그의 시가 특집으로 게재되어서 우리 시인들 사이에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김남조ㆍ김광림 등 한국의 원로시인들과도 두터운 교분을 쌓아왔다.

1947년 일본 큐슈의 미야자키 현에서 출생한 그는 스물여섯 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시집으로『피뢰침』,『말-진혼제』,『성몽담』,『과수원』,『불의 관』,『재와 불과 수목과 그림자와』등이 있으며 평론집으로『시에서 시로』등이 있다.

1991년 제1회 이토 시즈오상賞, 1992년 제42회 H씨상賞, 1993년 제47회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혼다 히사시의 시는 매우 서정적이면서도 동시에 존재론적이고 철학적인 깊이가 있다.

그가 뿌리 내리고 있는 시의 세계는 크게 요약한다면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아가페와 에로스를 아우르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