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일본

에마 아끼꼬(江間章子)

높은바위 2015. 8. 27. 08:41

 

          서글픈 약속

 

우리들은

정답게

바다 저쪽에

가자고 했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여기를 빠져 나가자고

약속하였네.

당신은 언제나

파리.

 

나는

상아해안이 좋아

희망봉이 좋아

남미가 좋다고

말했네.

 

아아

그 약속을!

약속만을 해 놓고서

악마는 우리들을 갈라놓았네.

 

이제 당신은

돌아오지 않네.

돌처럼 차갑게 가로 누워서

이젠 나의 약속을 지키려 하지 않네.

 

 

 

* 사랑의 약속이 덧없게도 허물어지고 마는,

어느 여인의 서글프고 쓸쓸한 심정을 통하여,

고독한 심상을 노래하고 있다.

가버린 친구에게 바침 - 휘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