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 글

배워주다?

높은바위 2022. 8. 31. 11:25

 

한 주부가 말하길, 예전에 우리가 울거나 칭얼거리면 호랑이가 잡아간다,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는 말을 하면서 겁을 주거나 어르면서 달래곤 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텔레토비 인형을 보여주거나 아기 상어 주제 음악을 불러주면 그게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요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TV 프로그램들이 애들한테 효과적으로 다양한 걸 배워준다고 하더군요.

 

'배워준다.'

종종 이 '배워주다'란 말을 듣게 되는데, 특히 어린아이들이 "오늘 우리 선생님이 재미있는 노래를 배워주셨다" 하면서 그냥 일상어로 여겨질 정도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따져보면 배워주다?

'배워주다'라고 하면 가르쳐주는 사람의 성의를 봐서, 배우는 사람이 은혜를 베풀 듯 배우는 행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뒤에 붙은 보조동사 '주다' 때문인데, <책을 읽어주다> <노래를 불러주다>에서 볼 수 있듯이, '주다'란 보조동사는 어떤 동작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 혜택이 된다는 걸 말할 때 쓰입니다.

가끔 '동생한테 맞아 주었다' 이런 식으로 쓰이기는 하지만, 정상적으로는 이 보조동사 '주다'는 아무 때나 쓰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동사 뒤에 와서 그 동사가 나타내는 행위를 하는 사람과 혜택을 주는 사람이 일치해야 합니다.

 

앞서 예를 든, <책을 읽어주다> <노래를 불러주다>를 보면 책을 읽어주고 노래를 부르는 주체와 혜택이 주는 주체가 같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노래를 배워줬다>를 살펴보면 노래를 배우는 건 학생이지만 혜택을 주는 건 선생님이기 때문에 어색합니다.

 

이 때는 '배우다'가 아닌 '가르치다'를 써서 '선생님이 노래를 가르쳐주었다'라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