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로 pc통신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대화방 이른바 채팅방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던 때가 있었지요.
이 때문에 익명성이 보장되는 채팅방의 장점이 단점으로 변질되어서 대화 도중에 저속한 언어나 음란한 표현, 심지어 욕설까지 사용되는 것을 종종 보게 하였었죠.
이와 더불어서 주목해야 될 사실은, 기존의 언어의 틀을 깨고 편리함과 재미만을 추구하는 신조어와 유행어의 출현입니다.
대화방의 주 고객은 단연 청소년인데요.
한 번이라도 이 대화방을 이용해 본 분들이라면 낯선 단어들 때문에 이해를 잘하지 못하는,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을 겁니다.
예를 들면, 인사를 할 때 '안녕하세요'를 '안녕하세여'로 표현하는데, '요'를 '여'로 표현하는 것! 오타가 아니고요, 대부분의 채팅 문장이 '여'로 끝나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채팅하는 사람들이 서로 얼굴과 나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높임말도 아니고 반말도 아닌 '여'로 끝나는 어체를 쓰고 있는 것이죠.
이 밖에도, 채팅언어의 또 다른 특징은 축약어를 많이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반가워요'를 '방가'로 쓰고 있고, '너무'를 '넘', '서울 남자'를 '설남'으로 표현하고 있죠?
이렇게 축약어를 많이 쓰는 이유는 아무래도 상대방과 대화를 빨리 나누기 위해서, 되도록 글자를 줄여서 입력하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사이버상에서 유행하는 말 또한 짧은 단어들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자면 '왕', '캡', '짱', '훨'과 같은 짧은 단어들을 훨씬 더 선호하고 있는 것이죠.
먼저 '왕'을 보면요, 이 '왕'은 언제부턴가 신조어가 되어 버렸는데요.
'왕회장', '왕따', '왕마담', '왕언니' 그리고 '왕고참', '왕초' 이렇게 어느 새인가 '왕'이 들어가지 않으면 강조가 되지 않는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왕'은 원래 '매우', '대단히', '몹시'를 뜻하는 부사로 쓰이는데 이것이 이상하게도 요즘엔 '은어'나 '속어'의 접두사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 '캡'이나 '짱'은 '좋다', '훌륭하다', '최고다' 등의 말을 대신해서 사용되고 있고요.
'훨'은 '훨씬', '한결', '매우 더'의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짧은 단어들을 사용하는 층이 어른들보다 청소년들이 단연 압도적인데요.
우리말을 더 명확하고 바르게 써야 할 청소년들이, 이런 축약어나 유행어에 물들고 만다면 앞으로 점점 더 고운 우리말들은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방송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하지요?
방송에 나오는 많은 신세대 스타들이 쓰는 한마디 한마디가 청소년들에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방송에서 은어나 속어, 축약어보다는 아름다운 우리말 한 두 마디 더 쓰는 것이 팬들을 사랑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