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중국

도연명(陶淵明)

높은바위 2015. 6. 4. 08:51

 

 

   귀전원거(歸田園居)

 

                     1

 

젊어서 세속에 적응하지 못했으니,

성격이 본래 언덕과 산을 사랑했다.

잘못 올가미에 빠져

내처 30년이 지났다.

 

조롱의 새도 옛날의 숲을 그리워한다.

연못의 고기도 이전의 늪을 생각한다.

남쪽 들의 황무지를 개간하자,

고집을 세우고 전원으로 돌아온다.

 

마당은 천여 평인데,

초가는 8 , 9 간이다.

버들·느릅나무는 뒤 처마를 그늘지우고,

오얏·복사나무는 마루 앞에 늘어서 있다.

 

가물가물 촌락은 먼데,

하늘하늘 마을의 연기.

개는 골목길 안에서 짖고,

닭은 뽕나무 위에서 운다.

 

집안에 번거로움이 없으니,

빈방에 한가로움이 넘친다.

오랫동안 새장 속에 있다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왔구나!

 

                     2

 

들판 밖에는 인사 치레가 적으며​,

골목 안에는 거마 왕래가 드물다.

대낮에도 가시나무 사립을 걸어두니

빈방에는 번잡스런 생각이 끊어진다.

 

때로는 후미진 길을 따라

풀을 헤치며 서로 내왕도 하지만,

만나야 허튼소리는 없고

다만 뽕나무·삼이 자라는 얘기

 

뽕나무·삼은 날마다 자라나고

내 땅은 날마다 넓어지지만,

늘 두렵기는 서리와 싸락눈이 와서

잡초와 함께 시들까 하는 것이다.

 

                     3

 

콩을 남산 밑에 심었더니,

풀만 무성하고 콩모종은 드물다.

새벽에 일어나 기음을 매고

달빛 속에 호미 메고 돌아온다.

 

길은 좁은데 초목만 크게 자라

저녁 이슬에 내 옷이 젖는다.

옷이 젖는 거야 아깝지 않지,

다만 소망만 어그러지지 말아라.

 

                     4

 

오래 산과 진펄을 떠나긴 했지만

광막한 숲과 들은 즐거운 곳이다.

아이놈들 데리고 떨기나무 헤치며

황폐한 촌락을 거닐어 본다.

 

무덤 사이에서 오락가락,

예전 집터에서 서성서성.

우물과 부뚜막이 있었던 자리,

뽕나무와 삼이 썩은 그루터기.

 

나무꾼을 찾아 물어본다.

“이 사람들 모두 어디로 갔나요?”

나무꾼이 나에게 대답한다.

“죽어버리고 남은 사람이 없읍죠!”

 

한 세대면 세상이 바뀐다고,

이 말은 참으로 거짓이 아니다.

인생이란 환상과 같은 것,

끝내 공허로 돌아가고 만다.

 

                     5

 

언짢은 마음, 홀로 막대를 짚고

꾸불텅꾸불텅 떨기나무 사이로 온다.

산골 물은 맑고도 얕아,

나의 발을 씻을 수 있도다.

 

새로 익은 술을 걸러다오,

닭 마리로 이웃을 부르겠다.

 

해가 지니 방안이 어둡지만

가시나무로 촛불을 대신한다.

즐거울 땐 짧은 밤이 안타깝다.

벌써 아침 해가 떠오른다.

 

 

 

* 도연명(陶淵明 : 365 ?-427 ?)은 이백(李白)·두보(杜甫)가 나오기 전 중국의 대표적 시인이다.

동진 말에 이름을 잠(潛)으로 개명한 것으로 전해지며, 심양(潯陽 = 현 강서(江西) 구강시(九江市))의 시상(柴桑)에서 출생하였다.

이곳은 바로 양자강의 중류에 위치하며, 남쪽으로는 파양호(鄱陽湖)에 임하여 있고, 북쪽으로 여산(廬山)을 바라보고 있어 풍광이 명미한 곳이다.

도연명의 증조부는 진(晉)나라의 명장인 도간(陶侃)이며, 외조부는 일대의 풍류 인물이었던 맹가(孟嘉)로 알려져 있으나, 그의 부친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그의 이름과 탄생 연대에 대해서는 이설이 많다.

먼저 이름에 대해서는, ‘도연명은 자가 원량(元亮)이다.

또는 이름이 잠(潜), 자가 연명(淵明)이라고도 한다.’ 라는 설도 있고, ‘도잠은 자가 연명이다. 또는 이름이 연명, 자가 원량이라고도 한다.’ 라는 설도 있다.

탄생 연대에 대해서도 십여 년을 앞당기기도, 늦추기도 하는 여러 설이 있다.

호는 오류선생(五柳先生), 시호는 정절(靖節)이다.

 

중국 대나무 플룻 Beautiful Chinese Bamboo Flute